질병 진단·간병… 인류의 건강 지킴이 'AI 의사' 길병원, AI 시스템 '왓슨' 첫 도입 의학교과서·학술지 등 정보 학습 20분이면 2~3가지 치료옵션 제시 의료안내·간호보조로봇 개발까지
인하대병원에서 환자가 지능형 의료안내 로봇으로 병원 정보를 찾아보고 있다. 인하대병원 제공
로봇이 예약을 받고 인공지능(AI) 의사가 진단을 내리는 병원 모습이 바로 눈앞에 다가왔습니다.
당장 이달부터 국내 병원에서도 AI 의사에게 진단을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최근 길병원은 국내 병원 중 처음으로 인공지능 시스템인 '왓슨 포 온콜로지'를 도입했습니다. 왓슨은 300개 이상의 의학학술지와 200개 이상의 의학 교과서 등 약 1500만 페이지에 달하는 의료정보를 학습했습니다. 여기에 의사가 환자의 진료 기록 등을 입력하면 20초 만에 2∼3가지 치료 옵션을 제시합니다. 1초에 100만권의 책을 읽을 수 있는 왓슨은 매일 쏟아져 나오는 최신 의학 정보를 빠르게 습득해 의사들을 판단을 돕는 '조력자' 역할을 합니다.
길병원에 도입된 왓슨은 미국 메모리얼슬론케터링(MSK) 암센터에서 학습한 데이터를 그대로 가져왔기 때문에 한국 의료 사정에 맞춰 완벽한 진단을 내리기엔 아직 시간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국내 의료 현장에서도 인공지능을 본격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게 의료계의 평가입니다.
이언 길병원 인공지능기반 정밀의료추진단장은 "인공지능은 짧은 시간에 의사들의 진료 능력을 확장하고 경쟁력을 높이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많은 사람이 골고루 세계 최고 수준의 진료를 쉽게 받을 수 있는 창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병원들도 AI 의사 모시기에 나서고 있습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현재 개발 중인 3세대 의료정보시스템에서 유전자 정보와 진료 정보, 생활습관 기록 등을 분석해 환자에게 꼭 맞는 '정밀의료'를 제공하는 인공지능을 도입할 계획입니다. 세브란스병원도 한국인 의료 정보 데이터를 활용한 '한국형 AI' 개발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첨단 기술이 대체하는 건 의사뿐만이 아닙니다. 최근 인하대병원은 인하대 공과대학과 공동개발한 지능형 의료안내 로봇을 시험 가동했습니다. 두 기관의 의공학 융합연구 프로젝트로 개발한 이 로봇은 병원 이용 안내는 물론, 진료 예약과 조회, 진단서 등 증명서 발급, 간호기록 등 의무기록사본 발급·조회 등의 기능을 갖췄습니다. 아직 시험 가동 단계로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머지않아 의료 서비스 분야에서도 첨단 기술이 혁신적인 변화를 불러올 전망입니다.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늘어나는 환자에 비해 늘 부족한 의료 인력을 로봇 등으로 대체하는 작업이 한창 진행 중입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병원은 수술 도구와 식사, 약 등을 운반해주는 간호 보조 로봇을 운영하고 있으며, 의사의 처방전에 따라 로봇이 약을 조제하는 시스템도 도입했습니다. 특히 이 '로봇 약사'는 미국 5개 병원에서 35만 건을 조제하는 동안 단 한 건의 실수도 없었다는 결과가 보고되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AI를 적용하면 함께 복용하면 부작용을 일으키는 약 등을 스스로 걸러내는 등 더 안전한 조제도 가능할 전망입니다.
미국 벤처기업 센슬리는 만성질환자를 가정에서 관리해주는 스마트폰 안의 가상 간호사 '몰리'를 개발했습니다.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한 몰리는 환자와 자연스러운 대화를 통해 혈압 등 생체 신호를 측정하고 통증이나 스트레스, 다이어트 등에 대한 조언을 제공합니다. 또 환자가 위급한 상황이 되면 주치의와 화상 통화를 연결해줍니다.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지난해 간병 로봇 시장 규모가 전년도보다 549% 증가한 10억7600만에 규모로 급성장했으며, 2020년이면 140억엔 규모에 도달할 전망입니다. 일본은 2009년부터 정부가 직접 나서 로봇을 이용한 간호를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주로 환자를 안아서 옮기는 이승 지원 로봇과 실외 이동지원 로봇, 치매 환자를 지키는 간병시설 지원 로봇 등이 주로 개발됐습니다. 일본 이화학연구소가 개발한 이승 지원 로봇인 '로베어', 엔윅사가 개발한 배설처리로봇 '마인렛 샤와야가' 등은 이미 일선 의료기관에서 운영되고 있습니다.
최윤섭 디지털헬스케어연구소장은 "현재 의사들이 하는 역할 중에는 AI와 디지털 기술 때문에 사라지는 역할과 새롭게 생겨나는 역할, 여전히 유지되는 역할이 있을 것"이라며 "여기에서 끝까지 인간의 몫으로 남을 인간의 고유한 역할, 그리고 인공지능의 활용으로 인해 새롭게 생겨날 역할이 무엇일지 고민할 때"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