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신규 발주 790척 전망 3월 예상보다 300여척 줄어 예년의 1/3 수준에 그칠 듯
[디지털타임스 양지윤 기자] 극심한 수주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조선 업계가 하반기 들어 수주에 물꼬를 트고 있지만 내년에도 녹록지 않은 한 해를 보낼 전망이다. 선박 발주량이 예년의 3분의 1 수준에 그치며 일감 부족에 허덕일 것으로 보인다.
17일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이 9월 발간한 '신조선 시장의 장기 수요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와 내년의 신조선 발주 척수는 각각 586척, 790척이다. 클락슨이 지난 3월 보고서에서 올해와 내년 신조선 발주 건수를 각각 934척, 1140척이라고 예측한 것에 비해 각각 300여척이 줄어든 수치다. 특히 1996년부터 2015년까지 최근 20년간 선박 발주 척수가 연평균 2220척인 것을 고려하면 내년에는 선박 발주량이 평년의 3분의 1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올 들어 선박 발주 시장이 꽁꽁 얼어붙으면서 전망도 어둡게 본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국내 조선업계는 하반기 들어 잇따라 수주에 성공하고 있지만 연초 세웠던 수주 목표를 달성하기엔 역부족이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그리스의 EST사와 수에즈막스급 유조선 2척의 건조 계약을 체결하고, 2018년에 인도하기로 했다. 회사 측은 구체적인 계약 금액을 공개하지는 않았으나 척당 5700만달러 수준인 것으로 업계는 파악한다. 이번 계약에는 같은 종류의 선박 3척이 옵션으로 포함해 추가 수주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계약 규모는 최대 3억달러다. 앞서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초 유로나브에서 수에즈막스급 원유운반선 2척을 수주하기도 했다.
지난달 말 수주 0건에서 벗어난 삼성중공업은 2건의 수주를 눈앞에 두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이 발주한 멕시코만 '매드독2(Mad Dog2) 프로젝트'의 반잠수식 원유생산설비(Semi-FPU) 사업자로 사실상 내정됐다. 계약금은 10억~15억 달러로 1조원대 규모일 것으로 알려졌다. 이탈리아 ENI사의 모잠비크 코랄 FLNG(액화천연가스 부유식 생산·저장·하역 설비) 프로젝트 수주 협상 결과도 조만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조선소들이 계획했던 연초 목표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각사의 수주 목표 달성률은 현대중공업이 167억달러 수주 목표에 25억달러를 수주해 15%, 대우조선해양은 62억달러 수주 목표에 13억달러를 수주해 20.9%, 삼성중공업은 53억달러 중 6억달러를 채워 달성률이 11%에 불과하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내년에도 올해 못지 않은 수주가뭄이 이어져 매출 감소가 불가피할 것"이라며 "다만 2018년부터는 업황이 서서히 살아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 시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