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정감사에서 야권이 법인세 인상의 포문을 열었다. 5일부터 14일까지 진행된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는 법인세 인상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정부 입장을 묻는 야당 의원들의 질의가 쏟아졌다. 정세균 국회의장도 법인세율 인상안에 대해 '예산 부수 법안'으로 지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예산 부수 법안 지정은 상임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본회의에 자동 부의되기 때문에 '직권상정'과 같은 효력을 갖는다. 국감이 14일로 사실상 마무리된 만큼 이번 주부터 법인세 인상을 둘러싼 여야간 입법 전쟁이 불가피하다.

야당이 주장하는 법인세 인상에 따른 증세 효과는 작고 불확실한 반면, 부작용은 크고도 분명하다. 야당은 법인세율을 현행 22%에서 24∼25%로 올릴 경우 연 2조4000억원∼4조1000억원의 세수를 더 확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정도의 증세로 수십조원의 복지 재원을 충당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먼저 줄줄이 새고 있는 복지 분야 누수를 줄이고, 복지 재정을 재구조화하는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 분야 전문가인 김학수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최근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이 법인세율을 인상할 경우 국제 경쟁력이 하락하면서 법인 세수가 늘기는커녕 오히려 감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전체 납세자의 48.1%에 육박하는 면세자의 조세 왜곡 현상을 방치한 채, 법인세 인상을 추진하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다. 법인세 부담은 결국 소비자·근로자·주주 등에 전가되기 때문에 '법인세 인상은 국민 증세'라는 여권의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의 대외무역의존도는 90%에 육박한다. 이런 상황에서 법인세 인상은 성장을 둔화시키고, 투자와 고용을 줄이는 독(毒)이 될 게 자명하다. 가뜩이나 기록적 실업률과 갤럭시노트7 단종 사태,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사상 최장기 수출 감소 등으로 성장엔진에 빨간 불이 켜졌다. 법인세까지 올릴 경우 한국경제는 장기 저성장 늪에 빠질 수 있다. 법인세 인상보다는 조선 분야 구조 조정과 한계 기업 정리 문제를 확실히 매듭지어야 '제조·정보기술(IT) 강국' 대한민국의 몰락을 막을 수 있다.

사회·경제적 격차가 확대되고 실업자가 급증하면서 사회 안전망 투자 수요가 늘고 있다. 늘어나는 복지 수요에 따른 증세 등 합리적 대안을 마련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지금은 증세를 검토할 시점이 아니다. 올들어 8월까지 법인세는 지난해보다 7조원이나 많은 39조 7000억원이 걷혔다. 세수 자체를 위해 세율을 올릴 이유가 없는 것이다. 더욱이 국제적인 조세인하 경쟁이 불붙고 있는 상황에서 법인세 인상은 신중해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국가들이 앞다퉈 법인세를 낮추는 것도 자국 기업의 역외 이탈을 막고, 해외 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것이다. 이 같은 세계적 조류 때문에 법인세를 김영삼 정부가 6%포인트, 김대중 정부는 1%포인트, 노무현 정부도 2%포인트 내렸다. 그리스가 재정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올해 법인세율은 25%에서 29%로 올리자 기업들이 썰물처럼 해외로 빠져나간 것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총체적 경제 난국이다. 법인세 인상으로 경기가 위축되고, 일자리가 줄어들 경우, 국민들은 더 한층 정치권에 실망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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