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 맞은 갈치가 새삼 반갑다. 언제가부터 금값이 되어버린 갈치로 서민밥상에서 멀어졌는데 그래도 제철이니 특유의 감칠맛을 기대해본다. 갈치가 왜 갈치인지. 생선 모양이 꼭 칼같이 날렵하게 생겼다 해 갈치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한다. 특히 갈치 중에서도 최상의 귀족 대우를 받는 은갈치는 제주도 근해에서 잡히는 갈치인데 몸 전체에 은가루를 뿌려 놓은 듯 은색으로 눈부셔 은갈치라 불린다. 그 이름만 들어도 군침이 절로 나는 은갈치다. 그런데 최근에 갈치잡이의 조황이 나빠져 마리당 십만원을 넘는 은갈치를 접하면서 이제는 이름을 금갈치로 바꿔 불러야 하지 않을까 싶다. 갈치는 출세를 하였는지 몰라도 갈치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결코 반갑지 않은 일이다.
은갈치는 낚시로 잡아 올리므로 갈치의 은은한 비늘이 그대로 남아있어 빛깔이 더욱 반짝거리는 것이 특징이다. 이에 반해 먹갈치는 목포 근해에서 잡히는 갈치로 빛깔이 은색 바탕에 회갈색을 띠며 그물로 갈치잡이를 하다보니 갈치의 은빛 비늘이 많이 사라져서 지느러미가 짙은 흑색이다. 입이 작고 뾰족한 은갈치와 비교하여 먹갈치는 입이 보다 크고 억센 이빨이 있으며 꼬리지느러미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맛 차이는 단지 먹는 사람의 입맛에 따라 좀 다르게 느껴질 뿐이지 큰 차이는 없다.
물론 영양도 은갈치 먹갈치 모두 동일하다. 갈치는 단백질, 지방, 특히 필수아미노산과 비타민, 무기질 등이 함유되어 있어 오장의 기운을 돋우는데 최고의 음식이다. 특히 위장을 따뜻하게 해주어 소화가 잘된다. 칼슘, 인 등의 무기질이 풍부하여 여성과 노약자의 골다공증 예방에 좋으며, 불포화지방산인 DHA도 함유되어 있어 성장기 아이들의 두뇌발달에도 좋다. 또한 올레인산 등이 풍부해 심장질환이나 동맥경화가 있는 사람들에게 단백질과 질 좋은 지방을 보충해주는 좋은 식품으로 권해진다.
갈치는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시기가 제철인데 특히 10~11월 잡히는 갈치가 가장 기름이 꽉 차서 어떻게 해먹든 간에 일년 중 최고 맛있다. 그래서 이때 갈치는 사두었다가 김장 김치 담글 때 사용되기도 하는데 김치의 시원한 국물 맛을 내는데 기여를 한다.
갈치는 그 날쌘 아름다운 자태만큼이나 성질머리가 고약하여 바다에서 갈치가 갈치를 뜯어먹는 사나운 일들이 자주 벌어져 간혹 낚시 도중에 하반신이 뜯긴 갈치가 딸려 올라오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은빛의 생명력을 발휘하는 갈치 껍질은 식감이 질겨 회로 먹을 때는 칼집을 넣어 잘게 썰어야 맛있게 먹을 수 있다. 갈치회는 더욱 신선한 상태로 해먹어야 그 참맛을 느낄 수가 있다. 일반 다른 생선회와 좀 다른 점은 신선하고 식감이 쫀득하면서도 느끼한 기운이 전혀 없다는 점인데 아쉽게도 육지에서는 싱싱한 갈치회를 먹기가 쉽지 않다.
은갈치와 먹갈치의 영양면이나 맛에서는 차이가 없으나 단지 회로 먹을 때는 은갈치가 보기에도 더 식욕이 돋을 뿐 아니라 감칠맛도 난다. 반면 먹갈치는 조림을 했을 때 더 구수한 맛을 느낄 수가 있다. 회로 먹든 조림으로 먹든 갈치를 먹을 때 주의점은 가능한 한 비늘을 깨끗이 제거해서 먹는 것이 안전하다. 구아닌 성분 때문에 잘못 먹었을 경우 구토나 설사 등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본래 갈치는 비린내가 거의 없는 생선인데 반해 간혹 비린내가 많이 나는 것도 비늘의 산화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갈치를 고를 때는 표면이 매끈하고 비늘이 부패되지 않은 것을 골라야 한다.
회만큼 제철 갈치의 싱싱함이 요구되는 갈치구이는 살집이 통통한 것으로 구워 먹어야 그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간장과 매실청, 고춧가루 등으로 가미해 조리한 갈치조림은 말 그대로 밥도둑이다. 짭조름한 국물 맛과 고소한 살집의 조화는 가히 환상적이다. 무와 감자를 넣고 끓인 갈치조림 국물은 갈치 살을 모두 건져 먹고 난 후에도 그 자체 밥의 유혹을 떨쳐낼 수 없는 식탁에 또다른 밥도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