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공급과잉 전반적 '흐림'
새 분야와 융합…역량강화 시급


대한상의, 4분기 산업 기상도

[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올 4분기에도 우리 산업 기상도는 여전히 '흐림'을 벗어나지 못할 전망이다. 반도체와 저유가 효과로 IT·정유 업종은 그나마 좋아지지만, 자동차와 조선에는 '겨울비'가 내릴 것으로 보인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10여 개 업종별 협·단체와 공동으로 '4분기 산업기상도' 조사를 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0일 밝혔다.

업종별로 보면 IT·가전은 '구름 조금'이다. PC 저장장치 시장을 지배해 온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를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가 빠르게 대체하는 등 메모리반도체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대한상의 측은 설명했다. 아울러 대형 TV 수요 증가로 디스플레이 시장 전망도 좋은 편이지만, 스마트폰은 보급률이 76%에 이르면서 성숙기에 접어들어 고속 성장은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정유·유화업종 역시 '구름 조금'으로 예보했다. 이는 저유가로 석유에서 에틸렌을 추출하는 국내 기업들의 안정적인 비용 구조 때문으로, 단 중국의 에틸렌 자급률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은 우려할 대목이다.

철강의 경우 미국·중국 간 무역분쟁의 여파로 50% 내외의 관세가 매겨진 데다 공급과잉도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 섬유·의류 업종도 경쟁 과열에 따른 단가 하락의 영향 등을 고려해 '구름'으로 예보했다. 기계업종은 조선과 자동차 등 전방산업의 부진, 지방주택의 공급과잉 조짐이 있는 건설도 마찬가지로 '구름'이다.

자동차 업종은 파업과 공장 이전, 개별소비세 종료 등의 악재를 고려해 '비'로 예보했다. 노조 파업으로 대규모 생산차질액이 발생했고, 최근 준공한 멕시코 공장과 중국 창저우 공장이 본격적으로 가동하면서 4분기 국내 생산량은 10.5% 감소할 전망이다. 아울러 개별소비세 인하 혜택의 종료로 국산차 내수판매량 역시 전년 동기보다 21.4%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수주가뭄이 이어지고 있는 조선업종 역시 '비'다. 실제로 지난 8월까지 세계 전체 누적 수주량이 전년보다 68% 감소한 가운데 한국의 수주도 87%나 급감했다. 수주잔량은 2003년 10월 이후 최저인 만큼 내년에도 이 같은 분위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이종명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최근 전체 업종에 걸쳐 글로벌 공급과잉으로 전반적인 교역량이 감소하고 한국산업의 입지도 좁아지고 있다"며 "기존 산업의 고부가가치와 새로운 분야와의 융합 등으로 기존 사업영역을 파괴하고 새로운 핵심역량을 강화해나가는 노력이 절실한 때"라고 말했다. 한편 대한상의 산업기상도는 업종별 실적과 전망을 집계하고 국내외 긍정적·부정적 요인을 분석해 이를 기상도로 표현한 것이다. 맑음(매우 좋음)-구름조금(좋음)-흐림(어려움)-비(매우 어려움) 4단계로 구분한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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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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