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시장의 주도권이 전통매체에서 인터넷 매체로 급속히 이동하고 있다. 한마디로 돈 줄이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150년 넘게 신문·방송 같은 전통매체들을 먹여살려왔던 광고주들도 서서히 등을 돌리고 있다. 이미 한 포털사업자의 광고매출액이 전체 지상파TV을 추월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SNS와 모바일의 광고 성장속도도 예사롭지 않다.
뿐만 아니라 오랜 기간 시청자들의 라이프스타일로 견고하게 고착돼 있던 정기구독이나 시청시간대도 급속히 붕괴되고 있다. 종이 신문을 통해 뉴스를 보는 사람들을 찾아보기 힘들고 자기가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원하는 콘텐츠만 보는 시청패턴이 일반화되고 있다. 심지어 거실용 TV조차 없는 이른바 'zero TV' 가구들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이러다보니 모든 매체들이 수익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경쟁에 몰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구나 광고재원에 크게 의존해 온 우리나라 매체들의 특성상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인 제로섬(zero-sum)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지상파방송 중간광고 허용문제, 지상파방송 재송신 갈등, 홈쇼핑송출수수료 등 그야말로 아군과 적군이 사안에 따라 수시로 뒤바뀌는 백병전이 지속되고 있다.
그렇지만 이에 대처하는 정부의 조정역할은 너무나 실망스럽다. 물론 정부가 갈등의 심각성과 대처방안의 필요성은 모르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인위적으로 미디어 시장의 재원을 늘릴 수도 없고, 사업자들에게 무조건 양보하라고만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모든 사업자들이 아예 정치권을 통한 법 개정을 통해 자신들의 이익을 도모하려는 '미디어 정책의 정치화' 현상이 만연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법치화(?)'가 정부의 조정권한과 정책능력을 도리어 더 위축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사업자들간의 이해갈등이 일상화되고 첨예화되는 상황에서 정부의 갈등조정과 중재 권한은 매우 중요하다. 그럼에도 역설적으로 정부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 능력은 더욱 약해지고 있는 느낌이다.
이번에 지상파방송사들과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와의 재송신대가 갈등도 마찬가지다. 당사자간에 합의가 이뤄지지 못하고 결국 송출중단 사태까지 벌어지게 됐다. 일단 방송법 제91조의7에 근거한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유지명령'으로 위기는 넘겼다. 하지만 이는 30일간 시한부 명령으로 본질적인 문제 해결과는 거리가 멀다.
그 이유는 지상파방송 재송신송출과 관련해 정부의 '중재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규제기구의 '재송신 분쟁 중재권한'을 추가하는 방송법 개정이 지난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했던 것이다. 정부의 중재권이 자신들에게 불리하다고 판단한 사업자들의 반대가 큰 원인이었다. 결과적으로 정부의 조정권한 부재도 방송정책의 정치화가 폐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지상파방송 재송신과 관련해 방송통신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부는 다양한 정책적 대응방안들을 모색해왔다. 1년 넘은 논의를 거쳐 지상파방송재송신 협상과 관련된 가이드라인이 마무리 단계에 있다. 구체적으로 수치화하기는 어렵지만 합리적인 지상파방송 대가를 추정할 수 있는 여러 요인들도 검토해왔다. 그렇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가이드라인 같은 간접적 방안보다 실질적인 '중재권한'을 부여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지금이라도 시급히 법 개정이 필요한 이유다.
급속히 수축되고 있고 미디어 시장을 살리는 방법은 모든 사업자들이 공생할 수 있는 에코시스템(ecosystem)을 구축하는 것이다. 지금 같은 사업자들간의 이전투구는 모두가 패자가 될 수 없는 시장붕괴로 이어질 것이 자명하다. 한마디로 미디어 공생 체제를 구축하는 것은 21세기 디지털 시대 미디어정책의 궁극적 목표이자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