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양지윤 기자] "수조원에서 수십조원의 정부 지원을 받는 외국 선사들의 저가공세와 물량공세로 사기업으로서 경쟁하는 데 한계를 느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4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배경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한진해운 회생과 관련해 정부와 협상이 불가능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물류대란 등 여러 문제가 있어 정부에 지원을 요청했다"면서 "(구조조정 과정에서) 사기업으로서 출혈경쟁에 한계를 느낀다는 설명을 직간접적으로 정부에 했지만 제가 부족해 설득에 실패했다"고 말했다.

정부가 추가 지원을 하지 않은 것이 억울하냐는 질문에는 "정책결정권자 나름의 기준과 정책에 의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면서 "저희는 최선을 다했다"고 답변했다.

조 회장은 한진해운에 물류대란 해소 자금으로 내놓은 400억원대의 사재가 전 재산의 20%라고 밝혔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사재출연의 규모가 적정 수준인지를 묻자 "하역과 관련해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기에 돈을 낸 것"면서 "물류대란에 들어간 것에 대해선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 이에 대한 변명은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조 회장은 "(배임 등 법률적인 문제가 해결된다면 한진해운에 대한 추가 지원을) 조건에 따라 검토할 수 있다"며 여지를 남겼다.

한진그룹이 한진해운 살리기를 위한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한진해운을 인수할 당시 에쓰오일의 주식을 팔아 2조원을 투입했다"며 "현대상선은 자회사를 갖고 있었지만 한진해운은 자회사도 없었고 도산 직전에 있었다. 에쓰오일 지분을 매각해가며 한진해운을 인수한 것이기 때문에 현대상선만큼 노력을 기울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증권을 1조2000억원에 매각하는 등 자구안을 마련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비교해 조 회장과 한진그룹이 적극 나서지 않았다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 억울한 심정을 우회적으로 토로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한편 조 회장은 한진그룹이 미르재단 등에 10억원을 출연한 것과 관련해 "당시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으로서의 업무에 집중했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은 모른다"면서 "전결권을 가진 대한항공 사장으로부터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제안을 받았고, 재단의 목적이 좋아 10억원을 투자했다는 사후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양지윤기자 galileo@dt.co.kr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