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필규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백필규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백필규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창업이란 말을 들으면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떠올릴까. 꿈, 열정, 자유, 대박과 같은 긍정적인 말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겠지만 생계, 고난, 실패, 쪽박과 같은 부정적인 말을 떠올리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창업은 무한한 기회가 주어지는 신천지로 가는 길이기도 하지만 돌아올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지는 길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창업 경험자나 멘토들은 신천지로 가는 길보다는 나락으로 떨어지는 길을 더 강조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창업에서 성공하기가 쉽지 않음을 경험으로 잘 알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창업을 하려면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조언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나 정말 창업에 목숨을 걸어야 할까. 과거 그래야 했던 시절이 있었다. 창업하려면 큰 자금이 필요했고 그러한 자금을 구하려면 담보나 연대보증을 통한 융자를 받아야 했는데 실패하면 창업자 자신은 물론 관련된 주변 사람들까지 함께 패가망신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창업자는 성공에 필요한 경영요소, 즉 인력, 자금, 기술, 판로 모두를 제때 제대로 확보하고 운영할 수 있는 슈퍼맨이어야 했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홈페이지나 유튜브, 블로그 하나만 있어도 전세계를 상대로 사업을 할 수 있어 창업비용이 예전의 0.1%~10% 수준으로까지 떨어졌다. 또 자금이 필요하면 크라우드펀딩으로, 기술이 필요하면 오픈소스로 조달하고 사업에 애로가 생기면 컨설팅을 받을 수 있는 플랫폼도 마련돼 있다. 이제 창업에 필요한 것은 기술이나 자금, 인력, 판로 등이 아니라 이들 요소를 효율적으로 조직화하고 동원할 수 있는 리더십과 차별화된 아이템이다.

리더십과 차별화된 아이템의 발견은 목숨을 걸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꾸준한 훈련과 즐길 수 있는 관심에서 얻어지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창업은 영어훈련과 비슷한 데가 있다.

영어를 정복하기는 어렵지만 그렇다고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 특별하고 대단한 사람은 아니다.

훈련에 의해서 남보다 더 잘하게 되었을 뿐이다. 창업도 특별하고 대단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보통 사람도 관심과 훈련에 의해 달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비용도 크게 들지 않고 훈련으로 달인이 될 수 있는 것이라면 창업에 대한 생각도 확 바뀌어야 한다. 창업은 이제 목숨을 거는 절박함으로 시작하는 '무거운 창업'이 아니라 관심 있는 사항을 즐기면서 일단 시작해보는 '가벼운 창업'이 돼야 한다. 창업에 목숨을 걸어야 한다면 누가 창업에 나서겠는가.

역동적인 우리 사회는 욕망도 많고 문제도 많다. 욕망과 문제는 기회다. 이러한 기회는 저절로 포착되지 않는다. 돋보기로 종이에 불을 붙일 때처럼 초점을 정하고 집중하여 관찰해야 기회가 보이기 시작한다. 수많은 욕망과 문제 중에서 나도 필요하고 다른 사람도 필요로 하는 관심사항에 초점을 맞추어 기회를 발견하는 것이 창업이다.

기회를 발견하여 실제의 성과로 만들기까지는 수많은 시행착오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이런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서는 부단한 훈련이 필요하다. 시장에는 넘치고 있지만 나에게는 부족한 자금, 기술, 인력, 판로를 끌어올 수 있는 설득력과 조직화능력의 리더십을 갖추는 훈련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우리나라 창업자에게 가장 부족한 것이 바로 이러한 능력과 훈련이다. 창업에 대한 마인드가 바뀌고 창업에 필요한 훈련만 제대로 이루어진다면 그 어느 나라보다 왕성한 창업DNA를 갖고 있는 우리 민족은 세계최고의 창업국가를 만들어 또 한번의 경제기적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중소기업연구원 백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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