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자의 말투는 결연하고 눈빛은 비장한데, 듣는 사람은 웃음부터 터진다.
KBS 2TV 사극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장 내관 역으로 사랑받는 이준혁(44)을 29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했다.
이준혁은 세자 이영(박보검 분)을 보필하는 동궁전 내관 장훈남을 연기 중이다.
사대부 견제 속에서 매일 위태로운 세자와 여자임을 숨기고 내관으로 들어와 온갖 사건·사고에 휘말리는 홍삼놈(김유정) 때문에 장 내관은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
이준혁을 만나자마자 이미 서로 마음을 확인한 세자와 홍삼놈(홍라온)의 관계를 모르는지부터 물었다.
"심증은 있으나 물증은 없는 것이죠. (웃음) 저하가 홍삼놈을 무척 아낀다는 건 장 내관도 알지만, 장 내관은 그 팔에 새겨져 있듯이 저하를 향한 '일심'으로 저하가 사랑하는 그 사람까지 사랑하겠다는 자세로 임하고 있습니다."
'구르미 그린 달빛'을 연출하는 김성윤 PD는 장 내관 역 배우를 찾던 중 이준혁을 만나고 흡족 감을 표했다.
"곧은 인성을 알아본 것 아니겠냐"고 농을 던진 이준혁은 곧 "제 이미지에서 밝은 느낌을 좋게 봐준 것 같다"고 설명했다.
남녀 주인공과 함께 등장하는 일이 잦은 장 내관은 단순한 주변 캐릭터가 아니다. 특히나 이준혁의 쫄깃한 연기는 드라마에 양념 구실을 톡톡히 한다.
"이 드라마에 임할 때 '반사체' 역할에 충실하자고 마음먹었어요. 세자 저하가 발광체라면 저는 반사체인 거죠. 저 스스로 빛날 필요는 없다, 세자를 빛나게 하자, 극의 흐름에 방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저를 표현하자고 마음 먹었어요."
이준혁은 "세자 저하를 극진히 보필하고자" 첫 촬영 전부터 박보검과 따로 만나 대본 연습에 공을 들였다. 그 자신도 "N극-S극처럼 '쫙쫙' 붙는다"고 표현한, 세자와 장 내관의 자연스러운 호흡은 그 덕분이다.
이준혁은 "시간을 많이 들인 것도 호흡을 맞추는 데 도움이 됐고 박보검이 워낙 친화력이 좋다"면서 "박보검이 그렇게 인기 있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라고 강조했다.
인터넷에서 "저 홍라온의 롤 모델은 장 내관"이라며 이준혁을 향해 각별한 마음을 표한 김유정에 대해서도 칭찬이 빠질 수 없다.
"정말 태엽을 감아주고 싶은 인형 느낌이에요. 유정이가 애니메이션 '벼랑 위의 포뇨' 캐릭터를 좋아하는데 본인 자신도 앙증맞고 귀여운 느낌이 있어요."
이준혁은 평균 시청률 20%를 돌파할 정도로 인기인 데 대해 "드라마 캐스팅이 정말 조화롭게 잘 됐다"면서 "버리는 캐릭터가 하나 없을 정도로 악기 하나하나가 다 살아 있기 때문인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준혁의 작은 고민이 있다면 세자와 홍라온이 역사의 격랑에 휘말리는 이야기가 주가 되면서 장 내관 이야기가 대폭 줄어든 것. 그는 인터뷰 마지막까지 유쾌함을 잊지 않았다.
"시청자 여러분, 화면에서 안 나온다고 장 내관이 죽은 건 아닙니다. (웃음) 동궁전에서 세자 저하를 열심히 보필하고 있습니다. 장 내관의 안위를 걱정하시는 분들은 제 인스타그램에 한 줄 글을 써주셔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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