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무위원회가 금융당국을 상대로 진행할 예정이었던 국정감사가 27일에 이어 29일에도 파행했다. 이날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국감장에는 정무위 야당 위원 전원이 참석했으나 정무위원장인 이진복 의원을 포함한 새누리당 소속 위원들은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서 결국 열리지 않았다.

27일 금융위원회 국감에 이어 이날 금감원 국감까지 무산되면서 금융권은 물론 산업계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이번 정기국회에서는 은행법(은산분리 완화)·자본시장법(거래소 지주사 전환) 등 금융개혁을 위한 근거법들이 반드시 통과돼야 하는데 국감조차 열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정기국회가 평탄치 않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파행이 길어질 경우 10월 14일로 예정된 종합감사까지 기한 내 감사를 마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여야가 극적으로 화해를 하지 않는 한 19대 때 처리하지 못한 현안 법률까지 검토하기는 물리적 시간이 부족할 수 있다는 얘기다.

산업계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은산분리 완화를 골자로 한 은행법 개정이 꼭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금융개혁의 상징으로 조만간 정식 서비스를 시작할 전망인 인터넷전문은행의 안착을 위해서는 족쇄부터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받은 K뱅크가 금명간 금융위원회에 본인가를 신청할 예정이다. 본인가 절차를 거치면 늦어도 연말에는 은행 영업을 시작할 수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 표현을 빌리면 24년 만에 '은행촌'에 옥동자가 태어나는 셈이다.

그런데 지금 상태라면 손발이 묶인 채 장사를 시작해야 한다. 현행 은행법상 산업자본은 당국 승인 시 은행 지분을 10%까지 보유할 수 있지만 4% 초과 지분은 의결권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50%까지 보유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게 은행법 개정안이다. 은행법이 개정돼야 KT·카카오 등 ICT 기업들이 증자를 통해 인터넷전문은행의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다. 19대 국회 때 여야 간 이견으로 통과가 무산된 건 그렇다 치더라도, 20대 국회에서는 파행으로 논의조차 해보지 못할 처지라니 갑갑할 뿐이다. 자본시장법 개정안도 마찬가지다. 역시 19대 때 처리가 무산된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한국거래소를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고 기업을 공개해 국내 자본시장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법안이다.

금융개혁은 더 늦출 수 없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지난 27일 발표한 '글로벌 경쟁력 보고서 2016~2017'에 따르면 한국의 국가경쟁력은 조사 대상 138개국 가운데 26위를 기록했다. 지난 2014년 역대 최저인 26위로 미끄러진 후 3년 연속 이 순위에 머무르고 있다. 노동과 함께 금융 부문이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WEF의 12개 평가항목 가운데 '금융시장 발전'은 80위를 차지했고, 이중 '은행의 건전성'(102위), '대출의 접근 용이성'(92위), '금융서비스의 기업 수요 충족'(81위) 등이 특히 저조한 평가를 받으며 전체 순위를 끌어내렸다.

정치권은 대승적 차원에서 국회 정상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길 촉구한다. 아울러 이번 정기국회 안에 반드시 금융개혁을 위한 관련 법들을 통과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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