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늘었지만 공급 사실상 중단
GSK·MSD 등 수입약품에 의존
제조·수요예측 어려워 현상 심각



#직장인 A씨는 지난 3월 A형간염 백신 1차 접종을 맞은 후 최근 2차 접종을 맞으려 했지만, 예약해둔 병원으로부터 갑작스럽게 "백신이 다 떨어졌다"는 통보를 받았다. 제약사에서 공급하는 물량이 전국적으로 부족해 접종이 불가능하다는 것. A형간염 백신의 특성상 예방 효과를 높이기 위해 6~12개월 사이 한 차례 백신을 더 맞아야 했던 A씨는 다음 접종을 기약할 수 없게 됐다.

전국적인 A형간염 백신 품귀현상으로 A씨 같은 피해를 보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다른 사람 혹은 오염된 물이나 음식을 통해 전파되는 A형간염은 현재까지 특별한 치료제가 없으며 6세 미만 소아는 대부분 감기처럼 앓고 지나가는 가벼운 증상을 보이지만, 20세 이상 성인은 급성 간염이 유발되고 만성 간질환이 있는 경우 증상이 급속도로 악화 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한 질병이다.

지난해 인천과 전남 지역에서 유행하면서 작년 A형간염 감염자는 1804명으로 2014년 1307명에서 38%나 늘었다. 특히 20~40대가 감염자의 86%를 차지하며 성인의 A형간염 예방 접종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그러나 성인용 백신 물량 부족으로 접종이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영유아용 백신은 A형간염이 지난해 5월 국가필수예방접종사업(NIP)에 포함돼 국가가 재고를 보유하고 있어 수급에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A형간염 백신은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영국 GSK '하브릭스' △미국 MSD '박타' △프랑스 사노피파스퇴르 '아박심' 등이 국내에 공급된다.

이들 제약사는 물량부족 상황과 관련, 세계적으로 A형간염 백신 수요가 늘고 있지만 백신 공급에 한계가 있다는 공통적인 입장이다.

먼저 가장 많이 공급해온 GSK의 하브릭스는 지난 2014년 하반기부터 수급이 불안하다는 얘기가 나왔고, 작년 1분기까지는 수입이 됐지만 이후 공급이 끊겼다. 그러다 올해 3월 일부 수입이 됐는데, 영유아에게 공급되는 NIP 물량이 80만도즈 가량 필요한 상황에서 38만도즈 정도를 공급, 금방 동이 났다. 현재는 물량 공급이 안 되고 있는 것이다.

사노피파스퇴르의 아박심도 상황이 비슷하다. 프랑스 본사가 생산공정을 정비하는 과정에서 생산량 자체가 일부 감소하면서 현재 수입이 안 되고 있다. 올해 11월 성인 접종분 물량이 들어올 예정인데 이는 수요가 정확히 정해져 있는 군부대에 우선 공급된다.

일반 접종 물량은 내년 2분기에나 풀릴 전망이다. MSD 박타는 아직 국내에 일부 물량이 남아 있지만 다른 두 제품이 사실상 품절 상태라 빠르게 소진되는 중이고, 일부에서만 접종이 이뤄지고 있다. 하반기 추가 물량 확보를 위해 본사 측에 지속적으로 요청 중이라고 회사 측은 전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백신업체 한 관계자는 "필수 예방접종으로 지정된 영유아용의 경우 수요가 어느 정도 정해져 있고 나라에서도 필요한 물량을 제시하지만, 성인은 매년 얼마나 접종이 필요한지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며 "세계적으로 수요가 증가한 상황에서 백신 제조에도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공급 부족이 발생하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공인식 질병관리본부 예방접종관리과장은 "필수예방접종으로 지정된 소아용의 경우 물량을 체크하고 제약사에 추가 공급을 요청할 수 있지만, 성인 예방접종의 경우 민간 영역이다 보니 직접 관여하기가 어렵다"며 "현재 성인용 A형간염 백신에 대한 물량 확보 방안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김지섭기자 cloud5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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