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양지윤 기자]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로 전 세계 물류 대란 사태가 한 달 째 이어지는 가운데 두 국적선사의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구조조정을 완료한 현대상선은 유창근 전 인천항만공사 사장(사진)을 새 대표로 선임하며 경영정상화 작업에 착수한다. 한때 세계 7위 컨테이너선사였던 한진해운은 영업망이 급속하게 붕괴하며 존폐기로에 섰다.
현대상선은 29일 서울 연지동 현대그룹빌딩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유창근 전 인천항만공사 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지난 8일 업무보고를 받는 것으로 현대상선의 항해 키를 쥔 유 대표는 이날부터 경영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진다.
경북 경주 출신인 유 대표는 서울 대광고와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1978년 현대종합상사에 입사한 이후 1986년 현대상선으로 옮겨와 구주본부장, 컨테이너 사업부문장을 거쳐 2012년 11월부터 2014년 3월까지 현대상선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해운업에서 30년 이상 잔뼈가 굵은 베테랑이지만, 현대상선의 대표이사 취임 후 1년 3개월여 만에 실적 부진으로 퇴진한 이력은 오점으로 꼽힌다.
현대상선을 이끌 유 대표의 앞날은 험난한 가시밭길이다. 그는 지난달 4일 현대그룹의 품을 떠나 산업은행을 최대 주주로 두게 된 현대상선을 국내 대표 해운사로 키워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았다. 한진해운발 물류 대란으로 국내 해상운송 서비스에 대한 대외 신인도가 땅에 떨어진 가운데 화주들의 이탈 우려도 나오고 있어 시작부터 녹록지 않다. 아울러 운임 인하 '치킨게임'을 벌이는 쟁쟁한 해외 선사들의 틈바구니에서 한진해운의 공백을 메우고, 실적 개선으로 경영정상화를 달성하는 것도 급선무다.
해운업계 고위 관계자는 "현대상선이 산은의 영향권에 놓인 만큼 유 대표가 경영에서 얼마나 자율성을 보장받으며 지원을 이끌어 낼 지가 관전 포인트"라며 "당장 영업망을 사수하고, 한진해운의 우량 자산을 인수하는 작업이 그의 경영능력을 평가하는 첫 번째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진해운은 시장점유율이 급속하게 떨어지고 있다. 프랑스의 해운조사업체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한진해운의 컨테이너선 선복량(화물적재능력)은 지난 27일 기준 50만5322TEU(6m짜리 컨테이너 1개), 점유율 2.4%로 세계 13위를 기록했다. 불과 한 달 만에 점유율이 여섯 계단이나 하락해 현대상선(2.1%·14위)에 추월당할 처지에 놓였다. 국내외 임직원들이 추석 연휴를 반납하는 등 침통한 분위기에서도 물류난 수습에 나서고 있지만, 선박이 해외 항만에서 억류되거나, 입항·하역 거부 사례가 속출하고 있어 영업망이 빠르게 붕괴하고 있다. 일각에서 한진해운이 9척의 선대를 운영하는 미니선사로 명맥을 간신히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 가운데 법조계와 해운업계에서는 법원이 회생보다 청산을 결정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를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