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 회장 영장 기각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구속영장이 기각됨에 따라 검찰의 롯데그룹 비리 수사의 동력이 약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법원 측 결정에 불만을 토로한 검찰은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검토 중이다.

서울중앙지법 조의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9일 "현재까지 수사 진행 내용과 경과, 주요 범죄 혐의에 대한 법리상 다툼의 여지 등을 고려할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검찰이 26일 신 회장에게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신 회장은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에게 400억원, 신격호 총괄회장의 셋째 부인 서미경 씨와 막내딸 유미 씨에게 100억원 등 500억원대 부당 급여를 챙겨준 혐의를 받고 있다. 2005∼2013년 롯데시네마 매점 운영권을 서 씨와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전 이사장이 각각 운영하는 유원실업, 시네마통상 등에 줘 이들 업체가 770억원대 매출을 올리게 한 혐의도 있다. 2009∼2010년 현금인출기 제조사인 롯데피에스넷 유상증자 과정에 다른 계열사를 동원해 480억원대 손해를 끼친 배임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수사검사 4명을 동원해 신 회장 혐의와 경영권 승계 관련성을 주장했지만 영장이 기각되자 당혹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은 이날 오전 공식 입장 자료에서 "수사를 통해 범죄사실이 충분히 입증되고 밝혀진 횡령·배임액이 1700억여원, 총수 일가가 가로챈 이익이 1280억여원에 달할 정도로 사안이 중대함에도 피의자의 변명에만 기초해 영장을 기각한 것은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드러난 피의자 소명 내용을 검토해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신 회장의 영장이 기각되면서 검찰 수사도 동력이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신 회장이 배후로 의심받는 롯데케미칼 270억원대 소송 사기와 200억원대 통행세 비자금 의혹은 미완으로 종결될 가능성이 커졌다. 롯데홈쇼핑의 9억원 대 비자금 조성과 정·관계 로비 의혹의 실체를 규명하는 것도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검찰은 지난 7월 구속영장이 기각된 강현구 롯데홈쇼핑 사장의 영장을 재청구하려 했지만 계획대로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검찰은 롯데건설에서 오너 일가 비자금 저수지를 발견했지만 오너 일가와 정책본부와의 관련성을 확인하지 못해 비자금 문제를 제대로 규명하지 못하고 수사가 마무리될 가능성도 있다. 신 회장은 지난 20일 검찰 소환조사에서 비자금 조성, 계열사 간의 배임성 자산 이전 등과 관련해 혐의를 완강하게 부인했다.

이번 법원의 영장기각으로 일단 경영공백 위기에서 벗어난 롯데그룹은 법원 결정에 안도하는 분위기다. 신 회장은 서울중앙지검 청사를 나오면서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우리 그룹은 여러 가지 미흡한 부분이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 제가 책임지고 고치겠다. 좀 더 좋은 기업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룹 측은 앞으로 재판 과정에서 오너 일가의 부당급여 수령과 일감 몰아주기는 신격호 총괄회장이 총수 시절 결정된 사안이라며 선 긋기를 할 전망이다. 롯데피에스넷의 유상증자 과정에서 계열사들을 동원해 각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혐의도 피에스넷의 핀테크 기술과 계열사들과의 시너지를 고려했음을 내세우며 이를 모두 손실로 보기 어렵다고 반박할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주춤했던 투자에 속도를 내는 등 경영 정상화에도 집중할 방침이다. 그룹 측은 "하루빨리 경영활동을 정상화해 고객과 협력사, 임직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검찰 수사로 위축됐던 투자 등 중장기 과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겠다"며 "투명하고 신뢰받는 롯데가 돼 국가 경제와 사회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박민영기자 ironl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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