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2014년 유가가 급락한 이후 처음으로 원유 감산에 합의하면서 유가 상승에 따른 수출경기 회복에 대한 업계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오일머니의 부활로 중동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이 살아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만약 산유국들의 감산 이행으로 유가가 안정적인 상승세를 이어갈 경우 정유업계는 물론 최근 구조조정 한파에 시달리는 건설·철강 등 산업계 전반의 실적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29일(현지시간) 블룸버그·로이터 통신 등 외신들은 OPEC 회원국들이 이날 알제리의 수도 알제이에서 열린 비공식 회담에서 하루 원유 생산량을 약 75만배럴 감산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산유량 감산을 연구할 위원회를 발족해 회원국별 감산 목표치를 정한 뒤 오는 11월 30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정례 회의 때 보고할 예정이다. 아울러 러시아를 비롯한 비회원국과도 감산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다. 만약 산유국들이 감산에 합의하면 이는 2008년 이후 처음이고, OPEC 회원국 간 합의는 2014년 6월 가격 폭락이 시작한 이후 처음이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면서 국제유가는 급등했다. 28일 11월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2.38달러 오른 47.05달러를 기록했고, 브랜트유 역시 전일보다 5.92% 오른 48.69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전문가들은 실질적인 감산 이행 여부는 미지수이지만, 일단 감산 기대감에 따른 유가 상승세가 이어진 뒤 구체적인 감산 수준과 이행 방안 등에 따라 상승세가 이어질지 결론이 나올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단 국제유가가 배럴당 60달러를 넘으면 셰일가스 등의 생산량 증가로 가격 상승 폭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이에 따라 국제유가는 당분간 배럴당 40~60달러대에서 안정적인 등락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안정적인 유가 상승이 이어질 경우 석유제품 원가 상승의 영향 등으로 전반적인 수출 증가가 기대된다. 당장 정유업계는 이달 들어 정제마진이 배럴당 7달러 수준으로 지난달보다 2배 가까이 늘면서 수익성이 개선된 데다,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재고평가 이익까지 발생하면서 4분기 실적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전망이다.
유가 상승에 따른 산유국 경제불안 완화로 건설과 철강, 가전 등의 수출 증가 효과도 기대할만한 대목이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저유가 장기화로 지난해 해외건설 수주액은 461억4434만달러로 전년보다 30.1%나 감소했다. 이는 1980년대 전체 해외건설 수주의 90%를 차지하던 중동지역이 저유가에 따른 오일머니의 위축으로 지난해 40% 이하로 떨어진 영향이 컸다. 업계는 오일머니의 부활로 중동 건설 수주가 활발해지면 철강 등 연관 산업의 경기도 살아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일머니의 부활은 전자·IT 수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아시아·아프리카 지역 매출은 2014년 29조8140억원에서 지난해 29조1473억원, 올해 상반기 14조3366억원으로 매년 감소세를 나타냈다. 이 역시 오일머니 비중이 높은 아시아·아프리카 시장의 경기 위축을 반영한 결과다.이밖에 자동차의 경우 유가 상승에 따른 내수 시장 위축 우려가 있지만, 중동·아시아권 수출 증가와 전기차 등 신시장 활성화 등의 긍정적인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단 해운 등 물류 부문은 유가 부담이 늘면서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전망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유가 상승에 따른 효과가 그리 길지는 않을 것으로 보면서, 산업계의 구조재편 등 신성장동력 마련을 위한 체질개선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