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빈 스마트스터디 미 법인장 채널확보·현지 문화화 전략 주효 3D 애니·퍼펫시장 공략 박차
서울 서초동 사옥에서 만난 정연빈(29) 스마트스터디 미국법인장이 자사 캐릭터인 '핑크퐁' 손 인형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핑크퐁'을 미국 국민 캐릭터인 '세서미 스트리트'에 버금가는 인기 콘텐츠로 키울 겁니다."
국내 대기업도 성공을 가늠하기 힘들다는 미국 시장에서, 그것도 47년 이상 장수 프로그램으로 맹위를 떨치는 '세서미 스트리트'의 후예를 노리는 이가 있다. 국내 콘텐츠 스타트업 스마트스터디의 초대 미국법인장 정연빈(29) 씨다.
정 법인장은 이 회사의 유아용 대상 동요·동화 영상 콘텐츠 교육 애플리케이션(앱) '핑크퐁'이 미국 내 구글플레이, 애플 앱스토어, 아마존 등 내로라는 앱 장터에서 교육부문 1위를 하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아 지난 7월 새로 설립된 미국법인 장으로 선임됐다. 그가 2014년 12월 회사에 합류한 뒤 1~2년 새 미국 매출비중이 폭증했다. "처음엔 중국을 발판삼아 해외사업을 강화하자는 제안을 받고 뛰어들었어요. 하지만 미국에서 생활해온 제겐 중국만큼이나 미국도 규모가 큰 시장으로 여겨졌습니다. 특히 아직 콘텐츠는 무료란 인식이 강한 중국과 달리 콘텐츠를 구매하는 게 보편적인 미국이 더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했죠."
지난해 95억원 매출을 달성한 이 회사는 국내 매출(35%)과 함께 미국 매출이 35%로 가장 높다. 나머지 30%가 중국과 동남아 등의 매출이다. 정 법인장은 미국 시장에 자사 콘텐츠를 알리기 위한 전략으로 '채널 확보'와 '현지 문화화'를 택했다. 특히 이전까지 회사가 주목하지 못한 아마존 앱스토어와 유튜브의 가능성을 높이 샀다. 현지 아이들에게 친숙한 채널을 뚫으면 매출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계획이었다.
"미국 아이들이 가장 많이 쓰는 앱은 유튜브와 아마존 앱스토어에요. 한국에선 구글과 애플이 장악하고 있어 이 채널에만 주목하기 쉽지만, 현지에서 의미 있는 성적을 내기 위해선 아마존을 뚫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그의 예상대로, 지난해 1월 아마존 앱스토어에 입성한 핑크퐁 시리즈는 유아교육 부문 1, 2, 4위를 줄줄이 차지했다. 유튜브에 올린 핑크퐁 조회수 중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40%, 유튜브 관련 매출의 60%가 미국에서 발생하는 등 실적이 20배 가량 증가했다. 이 결과 '핑크퐁' 시리즈는 올 7월 기준 세계 1억1000만 다운로드를 돌파했다. 2010년 고작 3명으로 출발한 국내 스타트업이 이룬 쾌거였다.
정 법인장은 2차 저작물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현재 '핑크퐁'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한 3차원(D) 애니메이션을 개발 중이다. 또 미국의 유명 콘텐츠 기획자, 예술가와 협업해 '손 인형'(퍼펫)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세서미스트리트처럼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회사가 되기 위해 3D 애니메이션과 퍼펫 시장 공략을 시도하고 있어요. 한국은 퍼펫 시장이 크지 않지만 퍼펫의 본고장인 미국에선 매년 인형극(퍼펫쇼)이 열릴 만큼 상당한 규모를 자랑해요. 유아용 퍼펫 시장을 공략해 아이들의 실생활에 녹여낸다면 미국에서 콘텐츠 기업으로 승부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