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동화책도 읽어주고
출근전 날씨·일정까지 '체크'
'딥러닝' 적용 대화할수록 진화
감정교감에 조만간 쇼핑까지도
SKT '누구나 주식회사' 설립
다양한 협업 통해 서비스 확대
구글 등 IT공룡 플랫폼 선점경쟁

■ AI 미래를 여는 현장을 가다
(1) SKT, 말 알아듣는 인공지능 비서 '누구'


인류 생활과 미래 산업에 획기적 변화를 가져올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은 인공지능(AI)이다. 전문가들은 인공지능이 4차 산업혁명의 성패를 가를 '게임체인저'가 되고, 미래 지구촌은 인공지능 핵심 알고리듬을 가진 기업이나 국가와 그렇지 않은 곳으로 나뉠 것으로 전망한다. 전 세계는 '알파고 쇼크'로 표현되는 세기의 대결로 이미 인공지능이 눈앞에 다가온 현실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인공지능은 이미 각 산업과 의료현장을 파고들고 있고, 새 시대를 주도하기 위한 기업들의 도전도 시작됐다. 인공지능의 미래를 여는 현장을 찾아 변화 모습을 소개한다.

"아리아, 가을에 어울리는 노래 좀 틀어줘."

스피커에서 흘러나온 노래는 가수 윤종신의 '노스케줄'. 아무 계획 없이 이별을 맞이한 남자의 이야기다. 낙엽 지는 쓸쓸한 가을 풍경과 어울리는 선곡이다. 이 노래를 골라준 건 SK텔레콤이 국내 최초로 선보인 음성인식 기반 인공지능(AI) 디바이스 '누구(NUGU)'다. 겉보기는 평범한 원통 모양 스피커지만, 스마트폰 앱과 연동하는 순간 '말을 알아듣는 AI 스피커'로 변신한다.

지난 22일 SK텔레콤 본사에서 만난 누구는 '똑똑한 집사' 같았다. 맞벌이 부부의 출근준비 시간에 아이에게 동화를 읽어주고, 출근 전에는 날씨와 일정을 말해준다. 밤에 어디에 두고 잤는지 보이지 않는 스마트폰도 찾아준다. 처음엔 기계에 말을 걸기가 쑥스러웠지만 명료한 목소리로 또박또박 대답하는 덕에 점차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느낌이 들었다. 애플이 음성인식 AI 비서 '시리', 삼성이 갤럭시 'S보이스' 등을 내놨지만 음성으로만 작동하는 가정용 AI기기는 새로운 영역이다. 설거지나 청소를 하면서 명령을 내릴 수 있고, 노인이나 아이들도 복잡한 조작 없이 말로 작동시킬 수 있다.

음성조작 가정용 AI 스피커의 원조는 미국 아마존의 '에코'다. 2014년 출시 후 세계에서 400만대 이상이 팔렸다. 누구는 에코보다 한국어를 잘 알아듣는다. SKT는 2012년부터 미래기술원에서 인공지능 기술 개발을 시작해 단순 음성인식을 뛰어넘는 '언어이해 기술'을 적용했다. 한국어를 이해하기 위해 말의 맥락과 의도까지 파악하도록 한 게 특징이다.

누구는 단순한 기기가 아니라 다양한 서비스를 담는 '그릇'이다. 데이터를 스스로 학습하는 '딥러닝'을 적용해 많이 사용할수록 점점 말을 더 잘 알아듣는다. 지금은 갓 태어난 아기 수준이지만, 앞으로 사용이 길어지면 감정을 교감할 수 있을 정도로 발전할 전망이다. 해내는 일도 많아져 조만간 음식배달이나 쇼핑도 할 수 있게 된다. 지금은 스피커 모습이지만, 앞으로 자동차나 로봇, 몸에 붙이는 형태 등으로 변신할 수도 있다. SKT는 고객과 전문가 참여로 누구를 진화시키기 위해 가상회사 '누구나 주식회사'를 설립하고 생태계 조성에 나섰다.

이태훈 SKT 디바이스제품기획2팀장은 "누구는 커머스, 미디어, 스마트홈 등 서비스와 연동해 고객의 사용가치를 높일 계획"이라며 "다양한 회사와 협업해 누구의 AI 서비스를 확대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누구를 통해 AI 연계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그릇이 만들어진 만큼, 다양한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이 AI를 연구·개발할 수 있는 생태계가 태동했다"며 "개방과 협력을 통해 한국의 AI 산업도 빠르게 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AI 서비스 플랫폼 시장은 삼성전자, 네이버, KT 등 국내 기업은 물론, 구글, 애플, 아마존 등 세계적인 ICT 기업들의 각축장이 됐다. 인공지능은 영향력이 ICT 산업에 그치지 않고 제조, 금융, 의료, 자동차 등 거의 모든 산업에 미칠 것이라는 점에서 엄청난 잠재력이 있다. 스마트폰 시대에 구글과 애플이 모바일 플랫폼을 만들어 생태계를 주도했던 것처럼, ICT 기업들은 AI 핵심 플랫폼을 통해 산업 생태계를 주도하려 하고 있다. 스마트기기, SNS, 쇼핑몰 등 실생활과 밀접한 분야에서 의료, 금융 등 전문화된 산업현장까지 플랫폼이 포괄하는 영역도 다양하다.

추형석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글로벌 ICT 기업들은 AI 플랫폼을 활용해 자신들만의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 중"이라며 "이를 기반으로 미래 산업구조가 빠르게 재편될 것"이라고 밝혔다.

남도영기자 namdo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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