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채권은행 산은, 자금투입 꺼려
용선료·유류비 눈덩이로 불어
최종 청산 수순 전망에 무게
[디지털타임스 양지윤 기자] 채권단과 대한항공이 '배임의 덫'에 빠져 우왕좌왕하는 사이 한진해운발 물류 대란 사태를 수습해야 할 비용이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고 있다.
용선료와 유류비 등으로 하루에 발생하는 비용만 210만달러(약 24억원)인 데다가 해외 항만터미널들이 한진해운 선박의 화물을 하역할 때 웃돈을 요구하고 있어서다.
화물 운송 지연으로 피해를 본 화주들도 조만간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나설 것으로 보여 물류 대란 해소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현재로선 채권단과 한진그룹 모두 뾰족한 대안이 없어 한진해운은 결국 청산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21일 서울중앙지법 파산부와 해운업계에 따르면 한진해운이 지난 1일 법정관리를 개시한 이후부터 20일간 발생한 비용이 4000만달러(약 446억원)를 넘었다. 매일 용선료와 선박의 유류비 등으로 발생하는 비용이 200만달러에 달하기 때문이다.
선박에서 짐을 내리는 하역 과정에서도 출혈이 커지고 있다. 홍콩을 비롯한 다수 해외 항만터미널이 컨테이너 하나당 1000달러 이상의 할증요금을 부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물류 대란의 최대 피해자인 화주들도 조만간 운송 지연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에 나설 것으로 보여 한진해운의 빚은 기하급수로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법정관리를 개시한 이후 발생하는 용선료와 손해배상 채권은 우선 갚아야 하는 공익채권에 속해 한진해운의 존립기반이 흔들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매일 20억원 이상의 빚이 쌓이고 화주의 손해배상채권이 조 단위에 육박하고 있어 회생계획 수립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법원은 보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대한항공, 현대상선의 대주주이자 한진해운의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 모두 배임 문제로 자금 수혈을 꺼리고 있다.
대한항공은 한진해운이 보유한 미국 롱비치터미널 지분을 담보로 600억원을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배임 문제로 이사회에서 제동이 걸려 한진해운이 받을 운송비를 담보로 자금을 대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이 방안 역시 배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한진해운의 물류망이 마비된 상태라 운송비가 얼마나 들어올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태다. 법원 관계자는 "한진해운이 짐을 제대로 운반하지 못하고 있어 운송비가 얼마나 들어오지 산정하기 어렵다"며 "담보로 가치가 있는 지가 관건인데, 불확실성으로 인해 이 방안도 배임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전했다.
정책금융기관인 산업은행은 법정관리로 넘어간 뒤부터 추가 자금 지원에 냉소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법원은 지난 7일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에게 1000억원의 긴급자금 지원을 요청했으나 단칼에 거절당했다. 채권단은 배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지원 거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비리와 분식회계 혐의를 받는 대우조선해양에 직간접적으로 최대 10조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정책금융이 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채 형평성마저 잃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들끓고 있다. 업계 한 전문가는 "산업은행은 시중 은행처럼 수익성을 추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산업의 버팀목 역할을 해야 하는데 제 몸 사리기에만 급급해 보인다"면서 "한진해운에 대한 지원이 배임이라면 대우조선 역시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재계 관계자는 "채권단과 한진그룹이 동시에 배임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한진해운 사태를 책임지고 해결할 의지가 없음을 보여준다"면서 "특히 산은의 경우 대우조선에는 혈세를 퍼부어 놓고 한진해운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이유로 원칙을 강조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양지윤기자 galileo@dt.co.kr
용선료·유류비 눈덩이로 불어
최종 청산 수순 전망에 무게
[디지털타임스 양지윤 기자] 채권단과 대한항공이 '배임의 덫'에 빠져 우왕좌왕하는 사이 한진해운발 물류 대란 사태를 수습해야 할 비용이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고 있다.
용선료와 유류비 등으로 하루에 발생하는 비용만 210만달러(약 24억원)인 데다가 해외 항만터미널들이 한진해운 선박의 화물을 하역할 때 웃돈을 요구하고 있어서다.
화물 운송 지연으로 피해를 본 화주들도 조만간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나설 것으로 보여 물류 대란 해소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현재로선 채권단과 한진그룹 모두 뾰족한 대안이 없어 한진해운은 결국 청산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21일 서울중앙지법 파산부와 해운업계에 따르면 한진해운이 지난 1일 법정관리를 개시한 이후부터 20일간 발생한 비용이 4000만달러(약 446억원)를 넘었다. 매일 용선료와 선박의 유류비 등으로 발생하는 비용이 200만달러에 달하기 때문이다.
선박에서 짐을 내리는 하역 과정에서도 출혈이 커지고 있다. 홍콩을 비롯한 다수 해외 항만터미널이 컨테이너 하나당 1000달러 이상의 할증요금을 부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물류 대란의 최대 피해자인 화주들도 조만간 운송 지연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에 나설 것으로 보여 한진해운의 빚은 기하급수로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법정관리를 개시한 이후 발생하는 용선료와 손해배상 채권은 우선 갚아야 하는 공익채권에 속해 한진해운의 존립기반이 흔들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매일 20억원 이상의 빚이 쌓이고 화주의 손해배상채권이 조 단위에 육박하고 있어 회생계획 수립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법원은 보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대한항공, 현대상선의 대주주이자 한진해운의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 모두 배임 문제로 자금 수혈을 꺼리고 있다.
대한항공은 한진해운이 보유한 미국 롱비치터미널 지분을 담보로 600억원을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배임 문제로 이사회에서 제동이 걸려 한진해운이 받을 운송비를 담보로 자금을 대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이 방안 역시 배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한진해운의 물류망이 마비된 상태라 운송비가 얼마나 들어올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태다. 법원 관계자는 "한진해운이 짐을 제대로 운반하지 못하고 있어 운송비가 얼마나 들어오지 산정하기 어렵다"며 "담보로 가치가 있는 지가 관건인데, 불확실성으로 인해 이 방안도 배임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전했다.
정책금융기관인 산업은행은 법정관리로 넘어간 뒤부터 추가 자금 지원에 냉소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법원은 지난 7일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에게 1000억원의 긴급자금 지원을 요청했으나 단칼에 거절당했다. 채권단은 배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지원 거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비리와 분식회계 혐의를 받는 대우조선해양에 직간접적으로 최대 10조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정책금융이 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채 형평성마저 잃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들끓고 있다. 업계 한 전문가는 "산업은행은 시중 은행처럼 수익성을 추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산업의 버팀목 역할을 해야 하는데 제 몸 사리기에만 급급해 보인다"면서 "한진해운에 대한 지원이 배임이라면 대우조선 역시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재계 관계자는 "채권단과 한진그룹이 동시에 배임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한진해운 사태를 책임지고 해결할 의지가 없음을 보여준다"면서 "특히 산은의 경우 대우조선에는 혈세를 퍼부어 놓고 한진해운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이유로 원칙을 강조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양지윤기자 galileo@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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