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분기 연속 적자 시달린 삼성메디슨
합병설 등 꼬리물자 대표 해명 나서
"초음파가 의료기기 핵심" 그룹 지원속
기존제품 경량화·중보급형 제품 출시
선진국 수출비중 늘려 실적 개선 의지


적자 늪에 빠진 삼성메디슨이 내년 초까지 미국과 유럽, 중국 등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한 초음파 진단기기 제품군을 완성하고 본격적인 실적 개선에 나선다.

9일 서울 삼성동 삼성메디슨 본사에서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전동수 대표(사진)는 "올 4분기 중·보급형 신제품을 출시하고 프리미엄급 제품으로 미국과 중국, 유럽 시장을 집중 공략해 성과를 가시화하겠다"며 "기필코 경영 정상화를 이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011년 삼성전자에 인수된 삼성메디슨은 매출이 줄곧 제자리걸음을 하다 최근에는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 급기야 지난해 1분기 첫 영업손실을 낸 이후 올 2분기까지 6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올 3월에는 삼성그룹 내에서 '해결사'로 통하는 전 대표가 취임해 경영 정상화를 약속했지만, 상반기 영업적자 185억원을 기록해 오히려 적자폭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 이상 늘었다.

실적이 나빠지자 합병설과 매각설이 꼬리를 물고 있고, 불만을 품은 주주들 사이에선 회사를 공개 매각하라는 요구까지 나오고 있다. 결국 전 대표가 직접 주주들에게 경영 현황과 사업방향에 대해 설명하겠다며 진화에 나섰다.

회사에 영업손실을 안긴 원인은 세 가지다. 먼저 수출 주력시장인 중남미, CIS(독립국가연합) 등 개도국에서 경기 침체로 실적이 부진했다. 또 프리미엄급 장비 개발에 자원을 집중하면서 기존 주력 제품군인 중·보급형 제품 시장에서 열세를 보였다. 여기에다 그동안 쌓여있던 유통재고를 소진하는 과정에서 손실이 일어났다.전 대표는 "이는 국내 중소기업이던 회사를 글로벌 일류 기업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한 성장통"이라며 "올 연말, 늦어도 내년 초까지는 이런 불안요소를 털고 글로벌 기업을 향한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메디슨 매출에서 수출이 80% 이상을 차지하지만, 세계 시장에서 보면 아직 규모가 미미하다. 세계 초음파 진단기기 시장 점유율 4%로 8위이며, 특히 미국 등 선진 시장에서는 점유율이 1%대에 불과하다.

삼성메디슨의 글로벌화를 위해 가장 시급한 요소는 제품 경쟁력이다. 초음파 진단기기는 프리미엄급, 고급형, 중급형, 보급형으로 나뉘는데 2013년 이전까지 삼성메디슨엔 프리미엄급 제품이 없고 중·보급형에 주력했다. 프리미엄급 시장은 GE, 필립스, 지멘스 등 거대 글로벌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다. 삼성메디슨은 진단 영역에서도 전체 초음파 진단기기 시장의 20%인 산부인과에만 머물러 영상의학과 등 다른 분야는 진입하지 못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삼성메디슨은 지난 3년간 연구개발에 매달려 산부인과용 프리미엄 장비 'WS80A'과 영상의학과용 'RS80A'를 선보였다. 적자를 무릅쓰고 막대한 개발비를 쏟아가며 시행착오를 거듭한 끝에 최근에서야 글로벌 경쟁력을 갖췄다고 할 만한 성능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 제품들은 태아의 등뼈까지 볼 수 있는 독자 기술인 '크리스탈 뷰'와 인공지능으로 유방암을 판별하는 'S-디텍트' 등 첨단 기술을 탑재했다. WS80A는 올 4분기에, RS80A는 내년에 성능을 높인 'V4' 버전이 나온다.

기술개발 과정에는 모기업인 삼성전자의 전폭적 지원이 있었다. 세계 선두를 지켜온 TV분야에서 영상처리 기술, IT 분야에서 빅데이터와 딥러닝 기술을 전수했다. 앞으로 프리미엄 기능을 경량화해 전 제품에 적용, 경쟁력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현재 그동안 신제품이 나오지 않아 부진했던 중·보급형 장비 개발이 한창이다. 올 4분기와 내년 초 신제품이 나오면 공격적 마케팅을 할 계획이다.

수출시장에도 변화를 줄 계획이다. 정치·경제적으로 불안정한 개도국 시장 비중을 낮추는 대신 미국, 유럽, 중국 비중을 내년 39%까지 높이는 게 목표다. 특히 그동안 주력하던 중소병원 대신 글로벌 상위 300개 병원에 진입한다는 전략이다. 2013년까지 17곳에 불과했던 상위 병원 진입은 올해 48개로 늘었고, 미국 존스홉킨스와 메이요, 독일 아스클레피오스, 영국 임페리얼칼리지, 이탈리아 성라파엘, 중국 상하이 교통대학병원 등 각 나라 상위 병원 진출에 성공했다.

'악성 유통재고'를 털어내고 새로운 유통구조를 만드는 작업도 하고 있다. 연말까지 유통 재고 소진을 계속 해 판매량을 끌어올리고, 유통 파트너를 플래티넘, 골드, 실버, 브론즈 등으로 등급을 나눠 핵심 파트너를 집중 지원한다.

내부에서는 강도 높은 구조개편을 이어간다. 연말에 대규모 구조개편을 하고, 해외 경험이 많은 인재를 영입한다. 다만 기술력 확보를 위한 인수합병(M&A)이나 회사 상장 등은 경영이 정상화되기 전까진 검토하지 않을 전망이다.

전 대표는 "초음파는 삼성의료기기 사업의 첫 단추"라며 "초음파가 잘돼야 의료기기 사업이 다음 단계로 나갈 수 있다고 판단하고, 그룹에서도 전폭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삼성전자가 글로벌 기업이 되기까지 시행착오를 겪으며 만들어온 경영 프로세스와 원칙을 메디슨에 이식하는 게 글로벌 기업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남도영기자 namdo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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