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여부를 결정하는 국민투표 전에는, 브렉시트(Brexit)가 현실화되면 금융시장 충격이 매우 클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 하지만 시장은 이와 다르게 움직였다. 유럽연합뿐만 아니라 주요국 정부 또는 중앙은행이 브렉시트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했기 때문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줄곧 금융시장을 떠받친 것은 바로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었다. 이번 브렉시트 사태도 예외가 아니었다. 영국의 국민투표 결과 유럽연합 탈퇴 쪽으로 결론이 난 직후 유럽연합 정상들은 신속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였다. 시장에서 가장 걱정하는, 다른 회원국들의 연쇄 탈퇴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였다. 그 결과, 급락하던 유럽 각국의 주가지수가 예상보다 빠르게 반등하며 시장의 불안을 덜어줬다.
이뿐 아니라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으로 글로벌 경제 및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져 주요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하하거나 인상 시기를 늦출 수 있다는 전망이 나타났다. 이에 따라 선진국 국채뿐만 아니라 신흥국 국채 금리가 내려가고 있다. 이 덕분에 미국의 금리인상 우려 등으로 한동안 수그러들었던 채권 매수세도 되살아났다. 즉, 채권으로 자금이 유입되면서 채권가격이 올라가고 있다. 과거 변동성이 컸던 이유로 기피됐던 아시아 채권을 비롯한 신흥국 달러표시 채권에 대한 관심도 다시 커지고 있다.
아시아 신흥국 채권 금리는 신용등급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3~4퍼센트를 넘는 곳이 많다. 시야를 신흥국 전체로 넓히면 금리가 4~5퍼센트 이상인 채권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주요 선진국보다 금리가 높고 신용도도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면 이런 채권에 대한 관심은 당연히 커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현재로서는 금리가 급격하게 오를 가능성이 작아 투자위험이 그리 크지 않다고 판단된다.
이 밖에도, 저금리 환경의 수혜가 큰 인컴(Income) 자산의 하나인 리츠(REITs)도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싱가포르, 호주 등의 대도시 중심 지역에 있는 상업용 부동산은 평균 임대수익률이 연4~5퍼센트 수준으로, 1~2퍼센트 아래에서 맴돌고 있는 미 국채금리에 비해 높다. 지금처럼 인플레이션 압력이 거의 없는 저성장 저금리 환경에서는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은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수요는 수그러들기 어렵다.
다만, 영국은 브렉시트 여파로, 금융기관을 포함한 글로벌 기업들이 런던을 이탈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앞으로 런던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는 점은 유의할 필요가 있다. 영국의 브렉시트 여파로 금리가 더 내려가면서 고배당 주식의 매력도가 상대적으로 더욱 커졌다. 고배당주를 보유하고 있으면 매년 인컴의 일종인 배당금을 받기 때문에 채권 대용으로 투자할 만하다. 물론 채권과 고배당주는 위험 정도가 크게 다르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사상 최초로 배당수익률이 채권금리를 앞지르기 시작했다. 올해 말 기준으로 상장기업의 평균 배당수익률은 2%퍼센트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도 고배당주에 관심을 보이는 투자자가 많아지고 있다. 우리나라 상장기업들은 평균적으로 해외기업에 비해 배당을 여전히 적게 하고 있지만 점점 늘리고 있는 추세다. 더욱이 정부의 배당 장려 정책에 힘입어 배당금을 늘리는 대기업이 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이렇듯 고배당 기업도 많아지고 인컴에 대한 수요가 늘면 일반인 사이에 배당 투자가 빠르게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하지만 배당수익률이 높은 고배당주에 직접 투자하는 방법보다 펀드 투자를 통해 위험을 줄이는 것이 좋다. 직접 투자 시, 당장은 배당수익률이 높더라도 나중에 기업 실적이 나빠지면 배당금이 줄어드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기업실적 악화로 주가가 급락해 배당수익률이 일시적으로 올라가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주가 12만원짜리 기업이 6천원을 배당하면 배당수익률은 5퍼센트(=6,000/120,000)다. 그런데 이 기업의 주가가 8만원으로 하락하면 배당수익률은 7.5퍼센트(=6,000/80,000)로 올라간다. 이렇듯 주가 하락으로 배당수익률이 올라가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배당수익률이 높다고 무작정 투자해서는 곤란하다. 꾸준한 실적개선에 따른 현금창출을 바탕으로 배당금을 증가시키는 경우가 가장 바람직하다.
영국의 브렉시트 결정은 금융시장에 일시적으로 충격을 주었으나 대부분의 시장이 회복했다. 특히 이로 인해 저금리 상황이 더욱더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채권 수요가 늘고 금리가 내려가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는 주요 선진국 국채보다 금리가 높은 신흥국 채권, 리츠, 고배당주에 대한 수요를 부추겼다. 금리가 갑작스레 오른다면 이런 자산은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금리가 빠르게 오르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위와 같은 자산들에 대해서는 분산투자 차원에서라도 충분히 접근해 볼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