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유전자치료 시장 3억1500만달러
2010년 1670만달러서 20배 이상 성장
국내 바이로메드·코오롱생명과학 등
글로벌 임상·기술수출 등 잇단 성과
'정밀의료' 국가전략 프로젝트 선정
2025년 10조 부가가치 창출 공들여

경기도 수원 광교 테라젠이텍스 바이오연구소에서 테라젠이텍스 연구원이 유전자 분석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테라젠이텍스 제공
경기도 수원 광교 테라젠이텍스 바이오연구소에서 테라젠이텍스 연구원이 유전자 분석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테라젠이텍스 제공


■ 바이오헬스 '글로벌 퀀텀점프기' 열어라
(5) 유전체 비밀 풀어 맞춤형 헬스케어 시대 문 연다


지난 6월 30일 '생명윤리법' 개정으로 의료기관에서만 가능했던 체질량지수, 혈당, 탈모, 피부노화, 비타민농도 등 12가지 항목의 46개 유전자 검사를 민간기업에서 할 수 있게 됐다.

소량의 침을 뱉어 보내면 받아볼 수 있는 유전자 검사결과를 통해 탈모나 피부노화에 어떻게 대비하고, 식생활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안내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국내에서는 지난 6월 기준 민간업체 84곳이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제공 중이며 보험사, 약국 등과 연계한 서비스는 앞으로 폭발적인 증가가 예상된다. 글로벌 유전자 분석 시장은 지난해 138억달러에서 2018년 198억달러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특히 유전자 기술은 궁극적으로 보건의료 패러다임을 바꿔, 개인 유전자에 맞춰 질병을 예방·관리 및 치료하는 정밀의학(Precision medicine) 시대 도래를 예고하고 있다.

◇유전체 비밀 풀어 맞춤형 헬스케어 구현=최근 방문한 경기 수원 광교 테라젠이텍스 바이오연구소에는 100여 명의 연구진이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 장비 '하이섹'과 '아이언프로톤', 유전형분석장비 '진타이탄' 등을 활용해 염색체 유전자 염기서열을 확인하는 '시퀀싱'과, 염기서열 중 어떤 부분이 질병 등 생명현상에 영향을 미치는지 발굴하는 '분석·해석' 작업을 한창 하고 있었다.

유종상 테라젠이텍스 실험부 이사는 "유전자의 4종류 염기(A·T·G·C) 서열을 분석하는 방법이 1975년 처음 개발됐는데 당시 개인 유전자를 분석하는데 약 20조원이 들었다면 2000년대 초반 수만달러 시대를 거쳐 이제 1000달러시대가 열렸다"고 말했다. 산업기술이 발전하면서 동전 6분의 1 만한 크기 칩에 80여 만개의 유전자가 들어간다며 작은 정사각형 모양 반도체 칩을 들어보였다.

디지털 유전자 증폭장치 장비 '퀀트스튜디오'는 한 번 작동으로 3000여개 유전형 분석반응을 확인할 수 있는데, 각 유전자 지표별로 형형색색의 그래프가 모니터에 실시간으로 표시되고 있었다.유종상 이사는 "테라젠이텍스는 국내 최초로 대당 10억원인 미국 일루미나의 NGS 장비 하이섹2500, 하이섹 4000 등을 도입해 서비스를 상용화했고, 현재 약 200억원 규모 분석장비를 보유하고 있다"며 "유전자 서열분석과 유전형 분석을 함께 하는 회사는 국내에 테라젠이텍스가 유일하다"고 말했다.

테라젠이텍스는 유전체 정보를 바탕으로 예방에서 치료까지 이어지는 일대일 맞춤형 헬스케어 시대를 열겠다는 목표로 설립된 유전체분석 및 신약개발 기업이다.

기술자문인 박종화 박사는 지난 2009년 세계에서 5번째, 국내 최초로 인간의 30억개 DNA 서열을 모두 해석하는데 성공했다. 이 연구에 쓰인 개인 DNA의 주인공이 지난달 초 테라젠이텍스 부회장에 취임한 김성진 박사다. 김 박사는 약 30년간 암 유전체, 암 전이, 암 예방 등을 연구하며 267편의 논문을 발표한 암 연구분야 석학으로, 2013년에는 세계 최초로 한국인 위암 유전체 해독에 성공했다. 테라젠이텍스는 제약부문 이텍스제약, 신약개발 부문 메드팩토, 산전진단 서비스 부문 지놈케어, 도소매 약국체인 리드팜 등 관계사를 아울러 정밀의학 포트폴리오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테라젠이텍스는 유전자검사가 허용되자마자 일반 소비자 대상 유전자 검사 상품 '진스타일'을 출시, 유전적으로 타고난 대사증후군 위험요인을 파악함과 동시에 피부·체형 등 외형 관련 유전적 취약성을 예측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앞서 2010년 3월 개인 유전체 정보로 질병 발병 위험을 예측하는 서비스 '헬로진'을 아시아 최초로 출시해 국내 600여 개 의료기관을 통해 서비스해 왔다. 작년 12월에는 국내 기업 최초로 중국 개인 유전체 분석 시장에 진출했다.

특히 여기에 머물지 않고 유전체 정보를 응용해 암 같은 난치병을 정복하겠다는 계획이다. 바이오연구소가 개인 유전체를 분석해 특정 질병 관련 연관성을 밝혀내면 신약개발 자회사 메드팩토가 맞춤형 신약을 개발하는 식이다. 유전체 분석은 물론 그 결과를 토대로 개인 유전체에 최적화된 진단 및 신약 개발까지 원스톱으로 하는 형태다. 메드팩토는 최근 항암제 'TEW-7197' 미국 임상 1상을 완료하고 곧 2상을 시작할 예정이며, 혈관 재생을 돕는 유전자 물질 'DKK2'를 활용한 항체치료제도 개발하고 있다.

유 이사는 "회사의 궁극적인 목표는 유전체 분석을 통한 신약개발"이라고 강조했다.




◇급성장하는 유전자치료제 시장=질병 관련 유전자를 교정·교체해 난치병과 유전병 등을 치료하는 유전자치료 시장은 지난해 3억1500만달러에서 내년 7억9400만달러 규모로 2년만에 배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지난 2010년 1670만달러 규모에서 5년 사이 약 20배 성장했다.

1997년부터 본격화된 유전자치료 연구는 연이은 임상 실패로 침체 국면을 거치기도 했지만 최근 거대 의약기업들이 연이어 진출하며 뜨거워지고 있다. 2003년 중국 시비오노 젠티크가 두경부암 치료제 젠디신을 중국 식품약품감독관리국(SFDA)으로부터 전 세계 최초 유전자 치료제로 허가받았지만, 안전성 및 유용성 논란 때문에 다른 국가에서는 허가받지 못했다. 이후 2005년 중국 상하이선웨이의 두경부암 치료제 온코라인, 2011년 러시아 휴먼스템셀인스티튜드의 중증하지허혈 치료제 네오바스쿨겐 등이 허가받았지만 세계적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이후 2014년 네덜란드 유니큐어의 지단백지질분해효소결핍증 치료제 글리베라가 유럽 의약품청(EMA) 승인을 받고, 미국 암젠의 흑색종 치료제 임리직이 지난해 유럽과 미 식품의약국(FDA) 판매 허가를 획득하며 유전자 치료제 개발 열기에 불을 지폈다. 뒤이어 영국 GSK가 지난 6월 세계 최초로 줄기세포 유전자치료제인 스트림벨리스를 유럽에서 허가받았다. 마틴 앤드류스 GSK 희귀질환사업부 총괄은 "언젠가 세포 및 유전자 치료제가 백신, 생물학적제제 등 현재 치료제들과 나란히 사용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미국 화이자는 2014년 유전자 치료제 개발을 위해 미국 스파크쎄러퓨틱스와 혈우병 치료제 개발 계약을 맺은 데 이어, 지난달 유전자 치료제 개발사 뱀부를 인수하며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578건의 유전자치료제 임상연구가 진행 중이며, 미국 418건, 영국 37건, 프랑스 31건, 캐나다 21건, 중국 19건, 독일 15건, 이탈리아 13건, 한국 12건 순이다.

국내에서는 바이로메드, 코오롱생명과학, 신라젠, 제넥신이 선두그룹이다. 이들 기업은 총 6건의 글로벌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바이로메드는 허혈성 지체질환 치료제(VM202-PAD),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제(VM202-DPN), 혈소판 감소증 치료제(VM501)를 미국과 중국에서 임상시험 하고 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지난해 퇴행성 관절염 치료제(티슈진-C)의 미국 3상 승인을 받았고, 신라젠은 항암신약 후보물질(펙사벡, JX-594) 글로벌 3상 FDA 승인을 받아 올해 환자 투약을 시작했다. 제넥신은 자궁경부암 백신(GX-188E) 유럽 2상을 진행 중이다.

기술수출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진원생명과학 관계사 이노비오가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의 자회사 메드이뮨에 8500억원 규모 기술수출을, 12월에는 바이로메드가 500억원 규모의 유전자 치료기술을 미국 바이오텍인 블루버드바이오에 수출했다.

본격적인 '유전자 편집시대'를 열 3세대 유전자가위 크리스퍼(CRISPR) 기술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크리스퍼는 질병 관련 염기서열을 교정하거나 잘라내 근원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기술이다. 글로벌 크리스퍼 시장은 2014년 약 2억달러 규모에서 6년간 연평균 36.2% 성장해 2022년에는 10배 이상인 23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미래 시장을 내다본 기업들의 움직임도 발빠르다. 스위스 노바티스는 작년 1월 유전자가위 기술을 개발한 인텔리아세라퓨틱스, 카리부바이오사이언스와 손잡고 약 170억원을 투자해 유전자 기반 의약품 개발에 착수했다. 비슷한 시기에 영국 아스트라제네카는 웰컴트러스트생어연구소, 브로드앤드화이트헤드연구소와 유전자가위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지난해 독일 바이엘도 스위스 크리스퍼세라퓨틱스와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향후 5년간 38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국내에서도 시장 선점을 위한 움직임이 한창이다. 국내 크리스퍼 시장은 2014년 600만달러에서 2020년 7000만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유전자가위 기술을 보유한 툴젠은 지난해 7월 중국 옌볜대 연구팀과 공동으로 일반 돼지보다 근육량이 많은 슈퍼근육 돼지를 만들었고, 유전자치료제 개발과 동식물 품종 개량 연구를 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녹십자셀과 면역항암제 개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지플러스생명과학은 유전자가위 기술을 바탕으로 미니상추 등 신품종을 개발하고 있다.

정부도 지난달 10일 대통령 주재 과학기술 전략회의에서 '정밀의료 기술개발'을 국가전략 프로젝트로 선정하고, 유전자 정보를 활용한 맞춤형 치료를 실현해 오는 2025년 147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정밀의료 시장에서 10조3000억원 규모 부가가치를 창출하겠다고 팔을 걷었다.

이동욱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정책국장은 "정밀의료는 미래 의료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4차 산업혁명을 이끌 핵심 영역"이라며 "연구·산업화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종합적·체계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지섭기자 cloud5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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