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물량 납품지연 잇따라
대체 선박 운임비도 폭증
거래사 소송땐 대규모 손실
제2·3의 피해로 확산 조짐



[디지털타임스 김은 기자]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여파로 인해 물류에 차질을 빚어지면서 수출에 주력하는 국내 전자업계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특히 중견·중소 업체들의 피해가 커 한진해운 사태가 제2, 제3의 피해로 확산할 조짐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로 여파로 인해 국내 전자업계는 대체선박 확보에 따른 운송지연과 운송비, 패널티 부과 등 피해가 점점 현실화해 경영손실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삼성전자, LG전자 등 대기업은 대체 선박을 구해 급한 물량을 소화하고 운임 폭등에도 버틸 여력이 있지만, 그렇지 못한 중견·중소 업체의 경우 타격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경우 멕시코티후아나에 있는 TV 생산공장이 이번 사태로 일부 차질을 빚었다. 부품이 미국 롱비치 항구에 한동안 묶여있다 하역됐기 때문이다. LG전자는 현재 한진해운 예약 물동량을 취소한 뒤 대체 선박을 알아보는 상황이다.

중견 ·중소기업의 경우 상황은 더욱 열악하다. 전자제품을 중동으로 수출한 중견 업체 A사의 경우 유럽노선과 미주노선의 수출물량이 압류된 상태로 납품계약기간까지 제품을 바이어에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 납기지연에 따라 손실금액에 대해 클레임을 걸 확률이 높아 우려하고 있다. 대책으로 항공 운반계획을 세우고 있으나 물류비 상승으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여파가 장기화로 이어진다면 중소 전자업체의 경우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몇십 년간 어렵게 뚫어온 현지 바이어와 유통망까지 모두 잃게 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부품업체인 부산 B사의 경우 수출입 물량의 50%를 한진해운을 통해 유럽 등지로 운반하고 있어 적지 않은 타격을 받고 있다. 이 회사는 시급한 물량을 운송할 해외 선박을 검토하고 있으나 오른 운임비로 인해 난처한 상황이다. 중견 가전업체 C사는 미주 지역의 1개월 수출 물량인 7개 컨테이너가 입항거부로 하역이 불가능해 납기 지연에 따른 신용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해외 매출비중이 80% 이르는 동부대우전자는 한진해운의 의존도가 9% 정도인 상황이다. 광주에서 생산한 세탁기와 냉장고 등을 중동, 아시아 지역으로 수출하고 있으나 어려움이 예상돼 현재 선사 교체를 포함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일각에선 이 회사의 완제품 생산과 공급 차질이 몇 배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상대적으로 수출 물량이 적은 중소·중견기업들을 비롯한 장비업체 역시 한진해운발 물류 사태가 당장 와 닿지 않는 모습이지만, 향후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어렵게 뚫어놓은 수출길이 더욱 좁아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처럼 중견·중소 업체의 경우는 수출 물량이 크지 않아 대체 선박확보가 어렵고 대체선박을 구해도 현재보다 최고 3~4배의 웃돈를 내야 해 해결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체 선사를 구한다고 해도 수출 일정에는 일부 차질이 불가피하고 가격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수출 비중이 큰 중견·중소 업체의 경우는 납기기간까지 화물이 제때 도착하지 않으면 그에 따른 2~ 3차적 금전적 피해와 함께 소송전으로 번질 수 있어 더욱 열악한 실정이다. 더욱이 미국의 최대 쇼핑 성수기인 블랙프라이데이와 추수감사절, 크리스마스 등을 앞두고 차질을 빚고 있어 여파가 가중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여파로 전자업체를 비롯한 관련 업체들이 경영상 심각한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중소업체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은기자 silver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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