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성수기에 법정관리
대체선박 구하기 '별따기'
미주노선 빨라야 8일 투입
STX팬오션·대한해운 사례
동일한 기준 적용도 문제

한진 법정관리 '일파만파'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로 국내외 곳곳에서 물류대란으로 발생하고 있지만, 뚜렷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이미 예견하고 업계의 경고가 있었지만 정부가 안일하게 대응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여파가 커지면서 콘트롤타워 부재 속에 금융당국과 채권단인 산업은행, 해양수산부는 엇박자를 내면서 각자 목소리만 내거나 책임 회피를 위해 몸을 사렸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자율협약 종료를 앞두고 금융당국과 채권단이 "추가 지원은 없다"는 원칙론을 고수하자 해운업계는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시 예상되는 피해 규모를 구체적으로 내놨다. 업계는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전 세계 120만개 컨테이너 운송이 멈춰 물류대란이 발생하고, 140억달러(약 1조5600억원)에 달하는 화물 지연에 대한 클레임이 속출할 것으로 봤다. 또 법정관리 후 청산하면 회사 매출 소멸, 환적화물 감소, 운임폭등 등으로 매년 17조원의 손실과 2300여개의 일자리 감소를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당시 정부는 이런 예상이 지나치게 과장됐다는 반응을 보인 바 있다. 실제로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지난달 31일 기획재정부는 "일각에서는 (손실이) 17조원이라는 분석도 있다는데 그건 너무 극단적"이라며 "지금은 정확한 피해 규모를 말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고 밝혔다. 해수부 역시 "구체적으로 피해 규모를 특정하기는 어렵다. 다시 추산해보겠다"고만 했다.

업계에서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를 특히 우려한 데는 시기적인 이유도 있었다. 3분기는 해운업계의 전통적인 성수기로,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 등 소비가 많아지는 4분기를 앞두고 있어 물품 재고를 확보하려는 제조·유통업체를 중심으로 물동량이 늘기 때문이다. 성수기를 맞아 운임은 올라있고 유휴선박은 그만큼 적다. 이 때문에 대체선박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화주들의 손실이 클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법정관리 결정이 해운업 특성에 대한 이해 없이 지나치게 금융논리에만 치우쳤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과거 STX팬오션과 대한해운의 법정관리 사례를 한진해운에 그대로 적용하는 과실을 범했다는 지적도 한다. 업계 관계자는 "STX팬오션은 컨테이너선 규모가 5%밖에 안 됐고 대한해운은 완전히 벌크선 사업만 했다"며 "한진해운은 95%가 컨테이너선 사업인데, 두 회사와 같은 방식으로 법정관리를 진행해도 문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법원조차도 법정관리 결정이 충분한 대비 없이 이뤄졌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한진해운 선박이 세계 곳곳에서 압류되는 상황을 막으려면 회생절차를 개시하는 대로 즉시 압류금지명령(스테이오더)을 승인받도록 준비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것이다.

법정관리 신청 후 급하게 내놓은 정부의 비상대책 역시 부실하긴 마찬가지다. 정부는 한진해운 주력 노선에 현대상선의 대체 선박을 투입하기로 했다. 그러나 해당 선박들은 미주 노선의 경우 빨라야 8일부터, 유럽 항로에는 이달 둘째 주(12일부터 시작되는 주)부터 투입된다. 납기가 생명인 수출업체들은 단 며칠도 마냥 기다리기 어렵다. 그 사이 한진해운 선박이 추가로 압류되거나 운항에 차질을 빚으면 준비한 대체선박만으로 충분할지도 미지수다.

한진해운이 속한 해운동맹(얼라이언스) 선사들에 수송 지원을 요청하겠다는 정부 계획은 소용이 없어졌다. 이미 해운동맹인 CKYHE가 한진해운의 화물을 싣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사실상 퇴출했기 때문이다. 결국 피해는 중소규모 화주들과 수출입 기업들이 고스란히 떠안았고 외국 선사들은 대형선사의 침몰에 때아닌 호황을 맞았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한진해운이란 기업뿐 아니라 한국 정부에 대한 항의와 반발이 거세다"면서 "한국 해운업과 수출업은 이미 신인도에 큰 타격을 입었고 앞으로 만회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지윤기자 galil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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