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연남·상수·이태원·경리단길 등 이른바 '핫플레이스'에서의 젠트리피케이션을 설명하는 서울시 차원의 빅데이터 분석 보고서가 처음으로 나왔다. 젠트리피케이션은 구도심이 번성해 임대료가 올라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이다.

28일 서울시의 '젠트리피케이션 데이터 분석결과 보고'에 따르면 뜨거운 상권으로 떠오른 이들 지역에서 젊은 주민은 떠나고 그 자리는 최근 급속도로 늘어난 음식점들이 채운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는 올해 3∼7월 식품위생업소 인허가데이터·주민등록 인구통계·센서스·사업체 총조사 등 방대한 자료를 분석했다.

이들 지역에서는 10년(2006∼2015년)간 20∼30대 젊은 주민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20∼24세의 경우 연남 14%·서교(상수동이 속한 행정동) 26%·이태원1 30%·이태원2(경리단길이 속한 행정동) 33% 등으로 각각 줄어 서울 전체 평균 감소율 9%를 크게 웃돌았다.

25∼29세, 30~34세, 35~39세 역시 연남을 빼고는 서울 전체 평균보다 더 많은 비율로 인구가 줄었다.

시 관계자는 "이 지역 기존 주민 연령대는 20대 중반에서 30대 중반이 중심이었다"며 "20∼30대가 가장 빠르게 감소하고 있고, 연남을 제외하고는 서울 전체 추세보다 빠르다"고 분석했다.

그 원인으로는 이 지역이 입소문을 타고 주거 공간이 음식점으로 바뀌었다는 점이 지목됐다.

2006∼2014년 사업체 종사자 수를 들여다보면 이 지역에서 늘어난 일자리 가운데 음식점과 주점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연남 40%, 상수 77%, 이태원 92%, 경리단길 83%에 달했다. 지역 산업구조가 특별한 변화를 겪지 않았는데, 음식점 관련 일자리만 늘어났다는 뜻이다.

2012∼2015년 이 지역 음식점 수도 연남 195%, 상수 102%, 이태원 86%, 경리단길 132%나 각각 증가한 것으로 조사돼 이를 뒷받침했다. 같은 기간 서울 전체 증가율은 47%에 그쳤다.

이 같은 추세 때문에 이 지역 음식점들은 운영 기간이 비교적 짧았다. 이제 막 떠오르는 '젊은 상권'이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서울시 음식점 인허가 자료를 토대로 영업 중인 음식점의 개업일부터 현재까지의 운영 기간을 따져봤더니 지난해 연말 기준 연남 2.12년, 상수 2.79년, 이태원 4.13년, 경리단길 3.12년을 기록했다.

2006년 연말 기준 연남 3.91년, 상수 3.07년, 이태원 5.35년, 경리단길 4.63년에 비하면 이 지역 상권이 더욱 젊어진 것이다.

시 관계자는 "이 같은 자료들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새 음식점들이 계속 생겨나기는 하는데, 새로운 상업지역이 아닌 거주 지역에 들어와 젊은 주민들이 떠나갔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젠트리피케이션을 보여주는 지표를 개발하는 연구 용역이 진행 중"이라며 "이번 빅데이터 분석은 이 지표 개발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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