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4 ~ 6월 말 1257조 넘어
2002년 이후 최대 증가폭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영향
제 2금융권으로 대출 몰려



올 2분기 국내 가계부채 규모가 사상 최대인 1257조원을 넘어섰다. 정부의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에도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는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예금은행에서 대출을 받기 어려워진 서민들이 제2금융권으로 몰리는 이른바 '풍선효과'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한국은행(이하 한은)이 25일 발표한 '2016년 2분기중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올 4~6월 말 현재 가계신용 잔액은 1257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한은이 해당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2년 4분기 이래 잔액기준으로 최대 규모다.

가계신용은 가계가 짊어진 빚이 얼마나 되는지를 보여주는 통계로, 가계가 은행이나 보험사·대부업체·공적금융기관 등에서 받은 대출 뿐만 아니라 결제 전 신용카드 사용액과 할부 금융 등 판매신용까지 합친 금액이다.

올 1분기 중 20조6000억원 늘었던 가계빚은 2분기에 33조6000억원 늘며 증가폭이 확대됐다.

이 중 가계대출은 1분기보다 2.8%(32조9000억원) 늘어 잔액이 1191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증가폭은 올 1분기 5조6000억원에서 2분기 17조4000억원으로 약 3배나 확대됐다.

상호금융·새마을금고 등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 증가폭도 7조6000억원에서 10조4000억원으로 확대됐다. 이는 2002년 4분기 이후 최대 증가폭이다.

정부가 올 2월부터 가계부채 증가세를 막기 위해 실시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으로 제1금융권에서 대출을 받기 어려워진 서민들이 제2금융권으로 몰린 영향으로 분석된다. 이상용 한은 경제통계국 금융통계팀장은 "모니터링 결과 은행권의 대출규제가 강화되면서 대출을 받기 어려운 사람들이 2금융권 쪽으로 몰리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가계부채는 민간소비를 위축시키고 금융안정을 흔들 수 있는 위험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비은행금융기관은 은행보다 상대적으로 이자 부담이 크기 때문에 채무상환 능력이 떨어지는 취약층의 가계부채가 늘어날수록 금융시스템의 위기 가능성을 높인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달 13일 발표한 한국과의 연례협의 결과 보고서에서 한국이 직면한 대표적인 '역풍' 중 하나로 가계부채 문제를 거론한 바 있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의 가계부채 증가는 소비 제약을 통해 성장잠재력을 약화시키는 한편, 대내외 충격 등에 따른 금리 상승 또는 주택가격 하락 시 금융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현재 가계부채 총량만으로 민간소비를 위축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저소득층, 자영업자, 여러 금융기관에서 빌린 다중채무자 등 취약계층이 원리금(이자와 원금) 상환부담 때문에 지갑을 열지 못하는 것이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16년 2분기 가계동향'을 보면 처분가능소득 대비 소비지출을 나타내는 평균소비성향은 70.9%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3년 1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가계의 부채 증가율이 소득 증가율보다 훨씬 가파르다는 점이 우려스런 대목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명목 기준)은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고작 0.8% 증가하는 데 그쳤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돈을 갚기 어려운 사람에게 대출 한도를 늘려주거나 대출 턱을 낮춰주는 식으로 돈을 더 빌릴 수 있게 해주는 것은 근본적인 가계부채 대책이 아니다"며 "돈을 빌리기 어렵게 하나하나 채널을 막아나갈 것이 아니라 돈을 빌릴 수밖에 없는 가계의 적자구조를 개선시키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혜원기자 hmoon3@dt.co.kr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