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존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는 수입한 소재·부품을 재가공해 수출하는 '가공무역'으로 근대화 시대의 경제발전 기반을 마련했다. 그러나 가공무역 특성상 소재·부품 무역적자라는 큰 숙제를 남기고 말았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2001년 '소재·부품특별법 제정'을 비롯해 정책적 지원과 R&D투자를 꾸준히 이어왔다. 그 결과 2014~15년 2년 연속 소재부품산업 무역수지가 1000억 달러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골칫거리 산업이 복덩이 산업으로 거듭난 것이다.
하지만 소재산업만 따로 떼어놓고 본다면 기뻐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소재 강국인 일본에 대한 수입의존도가 여전히 17%를 넘고, 무역수지 또한 매번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신흥 소재강국으로 급부상한 중국이 자체 생산력까지 갖춘다면 우리나라 경제에 큰 위기가 찾아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오늘날 소재산업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첨단산업의 소재기여율은 70%에 육박하며 '새로운 소재 없이는 새로운 제품이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또한, 소재산업은 진입장벽과 시장지배력이 높아 시장선점 시 큰 부가가치를 누릴 수 있다. 실제로 1964년 미국의 듀폰사가 항공우주산업의 주요소재로 개발한 '폴리이미드 필름'은 현재 첨단 IT산업의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면서 연 2조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신소재 개발에는 많은 시간과 막대한 자본이 필요하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이라 해도 선뜻 뛰어들기 쉽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에 선진국에서는 국가 차원에서 소재산업을 적극 육성하고 있다. 미국의 MGI(materials Genome Initiative) 프로그램과 일본의 신원소 프로젝트 등이 대표적이다.
소재산업의 후발주자인 우리나라가 세계와 견줄만한 기술경쟁력을 갖추고, 4대 소재부품 강국으로 우뚝 서기 위해서는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소재기술 이슈에 귀 기울이는 것은 물론 이머징산업에 필요한 미래유망소재기술을 선제 개발해야하며, 첨단 IT기술과 소재설계기술과의 융합으로 개발시장을 단축해 시장변화에 대응해야 한다. 또한 다양한 중소·중견기업을 육성해 소재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안전성과 신뢰성을 확보해야 한다.
벼농사의 성패는 못자리에 달려있다고 한다. 못자리는 모를 기르는 벼농사의 기초단계로 좋은 볍씨를 틔우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한다. '산업의 쌀'이라고 불리는 소재산업을 벼농사에 비유한다면, 못자리는 정부의 지원정책이라 할 수 있다. 소재산업 분야에 대한 정부의 효율적인 투자·지원정책이 마련되어 미래먹거리산업으로서의 못자리가 탄탄히 다져지고, 나아가 소재산업에 풍년이 들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