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 알레르기가 있는 아들을 둔 미국의 에이미 비알렛은 만약을 대비해 학교에 비치해둘 응급 알레르기 치료제 에피펜을 사러 갔다가 깜짝 놀랐다.

두 팩에 무려 1천212달러(136만 원)이나 했기 때문이다. 결국, 빈손으로 돌아온 그녀는 "주택 대출 상환금도 그렇게 많이씩은 안 낸다"고 호소했다.

이처럼 에피펜의 가격이 독점 제약사의 횡포로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미국 내에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고 일간 워싱턴포스트(WP) 등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에피펜은 음식 등에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났을 때나 벌 등에 쏘였을 때 급히 증상을 완화하는 에피네프린 주사 치료제다. 알레르기 반응이 심한 사람은 사망에 이르기도 하기 때문에 목숨과 직결되는 약이다.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만약에 대비해 에피펜을 휴대하는 경우가 많고, 학교 등에서도 상비약으로 갖춰두곤 한다.

문제는 특허가 2025년까지인 에피펜이 시장에서 독점에 가까운 지위를 누리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정부가 약값을 규제하지 않으며 제약사가 시장 수요를 감안해 약값을 책정한다.

2007년 에피펜의 독점 공급권을 획득한 제약사 밀란은 이후 9년간 가격을 수차례 인상해, 2007년 주사제 2개가 든 한 상자의 가격이 93.88달러(10만5천 원)였던 것이 지난 5월에는 609달러(68만 원)까지 올랐다. 9년 새 6배 이상 오른 것이다.

전문가들은 주사제 1개의 원가가 대략 1달러쯤 할 것으로 추정한다고 WP는 전했다. 그러니까 원가 2달러가량의 한 상자가 300배 이상에 팔리는 것이다.

환자들이 폭등한 약값에 신음하는 동안 밀란 경영진의 보수 역시 폭등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NBC방송에 따르면 헤더 브레시 밀란 최고경영자(CEO)의 보수는 2007년 245만 달러(27억 원)에서 2015년 1천892만 달러(212억 원)로 671% 뛰었다.

개학을 앞두고 폭등한 에피펜 가격에 대한 분노가 확산되면서 미국 의원들도 가격 폭등에 대한 당국의 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찰스 그래슬리(공화·아이오와) 상원의원은 "에피펜의 가격이 너무 비싸 응급 구조자들이 자체 에피네프린 주사 장치를 만드는 것까지 고려하고 있다"며 환자들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에이미 클로부처(민주·미네소타) 상원의원은 연방거래위원회(FTC)의 조사를 촉구했고 버니 샌더스(민주·버몬트) 상원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원가가 몇 달러에 지나지 않은 에피넨이 600달러 이상 나갈 이유가 없다"고 비난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에피펜의 이야기는 미국 의료체계에 잘못된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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