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산업 등 추가 협의 필요
60일 연장… 11월 23일 결정


정부가 구글이 신청한 한국 지도 국외 반출 신청 건을 재심의하기로 했다. 심의 기간을 60일(휴일 제외) 더 연장해 오는 11월 23일 반출 허용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국민적인 반출 불허 여론이 들끓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자국산업 보호를 위한 통상 압력 등 당장 갈등을 피하기 위해 결정을 연기한 것으로 보인다.

24일 국토교통부 산하 국토지리정보원은 국토부, 국방부, 통일부, 외교부, 산업통상자원부, 행정자치부, 미래창조과학부 등 7개 부처와 국가정보원으로 구성된 '측량성과 국외반출협의체'가 이날 오후 3시 경기도 수원 국토지리정보원에서 2차 회의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최병남 국토지리정보원 원장은 회의 직후 "지도 정보 반출 시 안보에 미치는 영향과 국내 공간정보 산업에 대한 파급효과 등을 심도있게 논의한 결과, 구글 측과 안보, 산업 등 제반 사항에 대한 추가 협의를 거쳐 반출 여부를 신중히 결정하는 게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당초 정부 협의체는 8월 25일까지 결과를 구글에 통보할 계획이었지만, 이날 회의 결과 협의 할 사안이 많다며 '민원처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21조 처리기한의 연장 규정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최 원장은 "7개 부처의 의견이 엇갈려 결론을 내리지 못한 건 아니다"면서 "다양한 논의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심사 연장으로 의견이 모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심사 연기는 국토지리정보원장 직권으로 결정됐다"며 "제도적으로는 11월 23일 이후, 한 차례 더 60일까지 연장할 수 있지만, 이때는 민원인(구글)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치권과 국내 공간정보 업계에서는 정부가 지나치게 미국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간 미국은 우리 정부에 직간접적으로 공간정보 국외반출에 대한 규제 철폐를 요구하고, 통상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전해졌다.일각에선 우리 정부가 불허로 결정을 내렸지만, 오는 11월 초 열리는 미 대선거까지 시간을 벌어 미국과 통상 마찰 소지를 줄여보려는 심산이라는 시각도 제기했다.

한편 구글은 지난 6월 1일 국토지리정보원에 디지털 방식으로 제작한 1:5000 대축척 수치지형도 기반의 지도 데이터 반출 승인을 신청하기 위한 '지도 국외반출 허가신청서'를 공식 제출했다. 현재 국내 구글 지도 서비스로는 자동차 길 찾기나 도보 길 찾기 기능이 제공되지 않아 이용자가 불편을 겪고 있고,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구글 지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는 게 이 회사가 지도 반출을 신청한 이유다.

그러나 우리 정부와 국내 전문가들은 구글이 요청한 지도 데이터에 안보시설이 포함돼 있지 않더라도, 구글의 위성영상 서비스인 '구글어스'와 결합하면 한국 내 주요 보안 시설이 위험한 상태로 노출된다며 반대해왔다. 다만 정부는 지난 2010년 구글의 반출 신청 시 구글어스에서 국내 주요 보안시설이 노출되지 않도록 처리하면 반출할 수 있다는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렸지만, 구글은 이를 거부했다.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위원은 "이미 60일에 걸쳐 회의를 했고, 지난 2차 회의도 한 차례 연기됐다"며 "구글의 입장과 국가 안보 문제 등 바뀐 사항이 전혀 없는데 논의할 게 뭐가 더 있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재연장은 미국이란 호위무사를 등에 업은 구글의 압력에 우리 정부가 굴복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의 심사 연기 결정에 대해 구글코리아 측은 "구글은 한국과 전 세계 사용자에 더 좋은 지도서비스를 제공하길 희망한다"며 "구글은 앞으로도 한국 정부에 지도 반출 관련 문제에 대해 성심껏 설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채희기자 poof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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