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5~26일 양일간 반포 모 아파트에서 입주자대표 회장해임투표가 진행됐다. 현장투표와 중앙선관위가 제공하는 시스템(kvoting)을 이용한 전자투표가 병행됐다. 이 전자투표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중앙선관위는 2015년 8월 12일 보도자료를 통해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국토교통부는 아파트 단지의 낮은 투표율 제고를 위해 이 시스템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아파트의 투표율을 높이는 일등공신이 됐고, 정당이나 학회 등에서도 널리 쓰고 있다.
그렇지만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 필자는 비록 한 지역인 반포에서 전자투표를 경험했지만 새로운 사실을 많이 배웠다.
첫째, 투표 과정에서 2명의 주민이 현장투표를 하러 왔다가 누가 이미 전자투표를 했다는 말을 듣고 돌아갔다. 둘째, 개표과정에서 해괴한 일이 벌어졌다. 현장 투표지를 먼저 검표한 결과는 정확했지만 전체 투표자의 합이 일치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현장투표 중 찬성 1표,반대 1표,무효 5표를 없던 것으로 하고서야 전자투표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셋째, 여기 살다가 이사한 주민 대신 딸이 이곳에 사는데, 전자투표문자가 어머니에게 와서 무심코 투표했다는 주민의 증언이 있었다. 넷째, 중앙선관위 홈페이지에서 수백 명의 이름이나 전화번호가 변경된 기록을 봤다. 문자가 반송되어 '임의로' 투표종사자가 수정했다고 한다. 투표자정보 수정 그 자체가 부정일 수 있다. 명부가 확정됐으면 전자적 수정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 문자반송은 열람 절차에 큰 하자가 있었음을 의미한다.
이 모든 사태의 발생 원인을 찾으려면 로그분석이 필요하다. 그런데 개인정보가 담겨 있어서 전자투표기록은 7일 후 자동으로 서버에서 삭제된다고 한다. 서두르지 않으면 불법선거 여부를 밝히는 게 불가능하다.
사전전자투표용 명부를 확인하는 절차가 반포에서 생략됐다. 그래서 타지로 이사 간 사람도 투표할 수 있고 문자 반송이 속출했다. 현장투표의 경우 가족 구성원 중투표권이 있으면 누구든 한 명이 대표로 투표할 수 있다. 전자투표는 누가 정했는지 모르지만 한 명에게만 투표권이 있다.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
국토교통부는 휴대폰 인증, 공인인증서 인증, 또는 규약에서 정한 인증방식을 선택하도록 했다. 반포에는 전자투표 규정이 없으니 주택법 시행령 56조2에서 정한 제3의 인증방법도 없다. 그런데 반포 모 아파트 선관위는 제3의 인증방법이 있다며 주민과 중앙선관위를 속인 의혹이 있다. 앞으로는 시스템에 반드시 정관의 전자투표 조항을 입력하도록 해야 한다.
가입한 통신사를 통해 성명과 전화번호가 일치하는지 확인하는 서비스가 있다. 통신사가 보내주는 인증번호를 입력하게 하는 그 방식이 휴대폰 인증이다. 반포에서는 아파트 동-호 번호입력을 휴대폰인증이라고 강변했다.
전자투표 최종결과 출력물에는 투표자 성명, 동-호, 투표방법만 기록된다. 여기에 실제 투표한 기기 전화번호, 투표시간 등의 기록도 출력물로 남겨야 한다. 부정투표를 확인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중앙선관위는 반포 모 아파트 회장해임투표 결과를 면밀히 분석해 시스템을 보완해야 한다. 투표하고 있는 도중에 투표자 전화번호나 이름 변경을 허용하는 것은 투표자 명부열람 부실책임을 중앙선관위가 지겠다는 거나 다를 바 없다. 정관의 전자투표 조항을 시스템에 반드시 입력하게 해서 투표자를 속이는 일이 없게 해야 한다.
주택법 43조5에 전자투표는 임원의 선출에 쓸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반포에서는 해임에 사용했다. 7월 30일 대전고법이 해임 전자투표는 무효라고 판시했다. 아파트단지에서 전자투표가 오용 또는 남용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전자투표를 권장하기 전 본인인증 절차, 투표자명부의 철저한 관리, 전자투표 조항 확인 등을 지도해야 한다.
동대표 해임투표를 이틀 한다고 공지하고선 해임에 필요한 투표자 수를 확보하지 못하자 이 아파트 선관위가 임의로 전자투표를 하루 더 연장했다. 중앙선관위 전자투표 시스템의 간편함이 이렇게 악용됐다.
전자투표 시스템이 대세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그렇다면 전자투표 시스템의 기술적 완벽성은 물론이고 사용성(usability) 측면에서도 오용과 악용이 발생하지 않게 만전을 기하는 게 바람직하다. 시도 때도 없이 날라오는 투표 독려 문자를 받은 주민들이 엄청나게 짜증내며 항의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