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 금리 → 환율 변동 → 실물경제 영향
안정적 외환시장 바탕 정책 효과 극대화
원자재·상품 등 수출입가격 결정
국내 시장 물가 직접적으로 반영
거시정책 효율성 향상에 역할 커



2013년 5월 벤 버냉키 당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양적완화 정책의 종료 가능성을 언급하며 미국 통화정책의 정상화를 암시하자 일부 신흥국들이 환율급등, 자본유출 등의 금융시장 불안을 겪었습니다. 'Taper Tantrum'으로 불리는 이 사례는 자본이동이 자유로운 국제금융시장에서 환율과 금리의 관계가 밀접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이처럼 중앙은행은 금리와 환율의 관계를 이용해 정책금리 조정을 바탕으로 환율과 실물경제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정책효과 전달과정을 통화정책의 환율경로라고 지칭하는데 그 효과는 크게 국내금리의 변화가 환율을 변화시키는 과정과 변화된 환율이 국내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으로 구분해볼 수 있습니다.

우선 국내금리의 변화가 환율을 변화시키는 과정을 살펴보면 중앙은행의 정책금리 조정은 국내 시장금리의 변화를 초래해 자국통화표시 금융자산과 외국통화표시 금융자산 간의 기대수익률 격차를 확대 또는 축소시키게 됩니다. 이로 인해 국내외 금융자산 간의 상대적 수요 변화를 유발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외화의 수급에 영향을 미쳐 환율도 변화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국내금리가 하락하면 원화표시채권과 같은 국내 금융자산의 수익률도 함께 낮아지는데 이 경우 투자자들은 수익률이 하락한 국내 금융자산을 매각하고 외국통화표시 금융자산을 매입하고자 할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다수의 투자자들이 자국통화를 매각하고 외국통화를 매입하게 되면서 자국통화의 가치는 외국통화에 비해 하락(환율상승)하게 됩니다.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으로 환율이 변화하게 되면 이는 다시 수출입상품의 상대가격, 국내물가, 국내경제주체들의 재무구조 등에 영향을 미쳐 그 효과가 실물경제에까지 파급됩니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우선 환율의 변화는 수출입상품의 가격을 변화시켜 순수출에 영향을 주게 됩니다. 일반 투자자들은 각국 금융자산의 기대수익률에 따라 투자를 결정하게 됩니다. 예를 들면 국내 금융기관에 정기예금을 예치하는 국내 투자의 경우에는 기대수익률이 국내 정기예금 금리지만 해외 금융기관에 예치하는 경우에는 해외 정기예금 금리에 해당국 통화의 기대 절상률을 합한 값이 기대수익률이 됩니다. 만약 두 기대수익률간의 격차가 존재한다면 차익거래가 발생하게 되고 그 결과 환율은 양기대수익률이 일치하게 되는 수준에서 결정되는데, 이를 유 위험 금리 평가(uncovered interest rate parity)라고 합니다.

두 번째로 환율의 변화는 수입품 가격에 곧바로 반영됨으로써 국내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환율이 10% 상승하게 되면 자국통화로 환산된 수입품의 가격도 10% 상승하게 되면서 물가상승 압력을 가중시킵니다.

셋째, 환율의 변화는 금융기관 또는 기업들의 외화자산과 외화부채의 자국통화환산 가치를 변화시킴으로써 재무구조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국내 금융기관·기업들이 해외에서 외화자금을 조달한 경우 국내에서 사용하거나 보유한 외화를 투자·대출 등으로 해외에서 운용하게 되는데 대외자산보다 대외채무가 많은 거주자의 경우 환율이 상승하게 되면 채무상환부담이 상대적으로 커져 수익성이 악화되는 반면 대외채무보다 대외자산이 많은 거주자는 수익성이 개선됩니다.

다수의 실증분석 결과에서 환율의 변화가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유의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책금리의 변화가 환율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해서는 각 국가의 경제상황에 따라 다소 차이가 납니다. 즉 금융시장이 성숙되지 못했거나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이 비대칭적으로 발전된 소규모 개방경제의 경우에는 금리의 변화에 환율이 반응하지 않거나 이론과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우도 나타납니다.

예를 들어 주식시장의 개방도가 채권시장에 비해 현저하게 높고 자본유출입의 상당부분이 주식시장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경우 정책금리 인상은 향후 경기를 둔화시키는 악재로 간주돼 외국인투자자의 자금회수를 유발해 환율이 오히려 상승할 수도 있습니다.

한편 이러한 통화정책의 환율경로는 외환시장의 기능이 안정적으로 작동할 때 그 효과가 극대화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소규모 개방경제구조를 가진 신흥국의 경우 자본유출입이 빈번해 급격한 환율변동성증가에 대한 우려가 상존하기 때문에 외환시장의 안정적인 운영이 더욱 긴요합니다. 따라서 적절한 환율정책의 운영은 거시건전성정책 등 다른 정책수단과 함께 외환시장이 안정적으로 작동하도록 해 궁극적으로 거시정책의 효율성을 높이는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문혜원기자 hmoon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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