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업체 2곳 부품 납품 거부
가셀공장 미션 생산라인 멈춰
20조 이상 천문학적 배상금에
배출가스 조작 추가로 드러나
노사갈등 확산·소비자 외면 등
후폭풍 전세계로 번질 가능성


[디지털타임스 노재웅 기자] 디젤차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사태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자동차 시장 상반기 판매 1위를 기록한 폭스바겐그룹에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그림자가 드리울 전망이다. 미국을 비롯한 각국에서 소송과 판매중지, 벌금, 리콜 등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독일 현지공장의 생산설비가 멈춰 설 위기에 직면한 것으로 전해졌다.

22일 다우존스 뉴스와이어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폭스바겐그룹은 최근 협력업체 두 곳으로부터 부품을 납품받지 못해 공장을 부분적으로 중단했다. 폭스바겐그룹에 시트커버와 변속기 부품을 각각 납품하는 카트림과 ES 오토모빌구스는 품질 이상을 이유로 계약 해지를 당했고, 이에 부당하다며 보상을 요구했지만 이를 폭스바겐이 거부하자 부품 납품 거부로 대응했다.

이 때문에 폭스바겐그룹이 사용하는 미션의 절반 이상을 생산하는 가셀 공장이 근로시간 단축과 일부 미션 생산설비 중단이라는 긴급 사태를 맞았다. 또 이번 주부터 폭스바겐의 핵심 모델인 골프의 볼프스부르크 생산설비도 멈춰 선다.

독일 현지 언론 및 관계 전문가들은 이 사태를 두고 단순히 협력업체와 완성차 제조사 간의 품질 문제로 인한 갈등이 아니라고 해석한다. 최근 미국 소비자에 대한 피해 배상금으로 총 147억달러(약 17조4000억원)를 지급하기로 합의하는 등 천문학적인 자금 마련이 필요해진 폭스바겐은 협력사에 납품단가 인하를 요구했고, 이 차익을 디젤 사태 대응 자금으로 쓰려고 한 것이라는 게 현지 분석이다. 결국 '협력사 쥐어짜기'가 공장 생산설비 중단이라는 최악의 사태까지 이어진 것이다.

디젤차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사태도 끝나지 않았다. 지난 19일 독일 당국은 2.0ℓ TDI 엔진에 이어 EA189 1.2ℓ 디젤 엔진에 대해서도 조작 소프트웨어를 탑재한 사실을 밝혔다면서 46만대 규모의 리콜 계획을 발표했다. 아울러 지난 9일 미국 환경 당국이 3.0ℓ 디젤 엔진에서 조작 소프트웨어를 탑재한 사실을 발각하면서 대형차종도 모두 판매중지 조처를 받았다. 사실상 폭스바겐그룹 내 거의 모든 디젤 엔진 제품군이 문제가 생긴 셈이다.

또 미국에 이어 독일에서도 폭스바겐을 상대로 40억유로(약 4조9149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투자자소송이 진행 중이다. 폭스바겐은 현재 미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에서 현금 배상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디젤 사태에 이어 인증 서류 조작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달부터 32개 차종 80개 모델에 달하는 인증취소 처분에 따라 전시장이 텅 비어 판매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 7월 전년 동기보다 85.8% 급감한 425대를 판매한 폭스바겐은 이달부터 하반기 내내 역대 최악의 성적을 올릴 수밖에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지에서 벌어진 협력사와 갈등은 해외로까지 퍼질 가능성이 있으며, 본사 직원들의 인력 감축과 임금 감소 공포로 이어질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폭스바겐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진행 중인 디젤 사태에 따른 보상뿐 아니라 노사 갈등과 소비자 외면 등 복합적인 후폭풍을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재웅기자 ripbir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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