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식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 원장
제대식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 원장
제대식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 원장


'인클로저 운동(Enclosure Movement)', 15세기에 영국의 양모업자들에 의해 시작된 이 운동은 울타리를 치고 울타리 안의 이익을 배타적으로 독점하려는 것인데, 결과적으로 울타리에서 배제된 많은 사람들을 빈곤층으로 전락시키고 말았다.

오늘날 국가 간 무역에 있어서도 '인클로저'가 국제적인 문제로 대두 되고 있다. 많은 나라들이 자국 '울타리' 안의 기업과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수많은 울타리(장벽)를 치고 또 강화해 왔다. 초기의 무역장벽은 '관세'의 형태로 나타났지만, WTO체제의 진행과 자유무역협정(FTA)의 활성화에 따라 그 문턱이 많이 낮아졌다. 지금은 기술규제, 표준, 인증 등 기술적 규정을 이용해 외국 기업의 시장진입을 방해하는 무역기술장벽(Technical Barriers to Trade, TBT)의 형태로 겉모양을 바꾸고 있다.

우리나라의 인구나 경제규모로 볼 때, 우리만의 울타리를 치고 내수만으로 경제를 발전시키고 국민들의 생활수준을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수출주도형 경제구조일 수밖에 없는 우리는 외국의 무역기술규제 극복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울타리를 친 쪽에서는 넘지 말라는 것이지만, 울타리 안의 시장으로 들어가야 하는 입장에서는 울타리는 넘으라고 있는 것이다.

사실 지금도 우리 기업들은 이 장벽을 넘고 또 넘으며 수출을 해나가고 있다. 최근 미국, 중국, 유럽 등 주요 시장 국가들은 물론이고 신흥 수출시장의 개도국들도 갖은 수단을 동원해서 장벽을 만들고 또 높이고 있다. 작년 WTO 규정에 따라 회원국에 통보된 기술규제 건수를 보면 미국이 283건, 중국 111건이고, 전 세계적으로는 1989건에 이르고 있다. 이 숫자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으며, 심지어 개도국인 에콰도르도 126건이나 되는 기술규제를 만들었다.

막상 무역기술장벽에 맞닥뜨리게 되면, 외국의 규제당국을 상대해야 하는 사안의 특성상 우리 기업이 직접 외국의 규제를 해소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특히 중소기업들은 정부의 지원이 없으면 더욱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은 각국이 앞다퉈 양산하고 있는 무역기술장벽을 우리 기업이 좀 더 쉽게 넘도록 돕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08년 'TBT 중앙사무국'을 설치하고, 2013년에는 TBT 대응을 전담하기 위해 '기술규제대응국'을 신설했다. 지난해에는 정부기관과 업계가 함께 참여하는 '무역기술장벽 민·관 협의회'를 발족해 수출기업의 TBT 애로해소 지원활동을 해나가고 있다.

지난해에만 전 세계 2187건의 기술규제를 점검하고, 그 중 580건에 대해서도 그 영향을 심층분석해 결과를 기업들과 공유했다. 그 중 우리기업에 직접적인 피해가 있다고 판단된 60건의 규제에 대해서는 해당국에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WTO TBT 다자·양자협상 및 해당국 방문을 통한 직접협상을 실시했다.

그 결과 24건의 외국 기술규제를 완전 해소하거나 상당히 완화하는 성과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국가기술표준원은 앞으로도 수출업계, 관련기관과 힘을 합해 외국들이 만드는 장벽을 찾아내고 이를 해소하는데 더욱 힘써 나갈 것이다. 기업들도 외국의 기술규제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국가기술표준원의 문을 두드리고 도움을 요청해 주기 바란다. 무역기술장벽은 넘지 말라고 있는 것이 아니다. 넘으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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