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액 작년대비 55% 그쳐 공사후 못받은돈도 8조원 달해 세계건설시장 성장에도 고전 전문가 "단순도급형 중심 구조 문제 … 투자개발형 비중 높여야"
국내 건설업계가 해외 시장에서 수주가뭄에다 미청구공사 리스크까지 겹치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세계 건설 시장은 성장세를 보이는 데 반해 국내 기업들의 건설·플랜트 수주 실적은 급락하고 있는 것. 해외 발주처로부터 사업을 수주하는 기존 방식에서 나아가 투자개발형 사업 비중을 높이고 정책 금융지원형 프로젝트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8일 한국경제연구원이 내놓은 '기업의 해외수주 활성화를 위한 금융지원 강화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세계 건설시장은 지난해보다 4% 성장해 8조8000억달러 규모에 달한다. 그러나 같은 기간 국내 건설사의 해외 건설, 플랜트 수주는 461억달러로 30.1% 하락했다. 1월부터 8월 중순까지 국내 건설사의 해외 건설, 플랜트 수주는 170억6000만달러로 지난해의 55% 수준에 그쳤다. 상반기 5대 건설사의 미청구공사액도 8조4817억원으로 1분기 8조8143억원과 별로 개선 조짐이 없다.
문제는 자금조달 능력이 떨어지는 국내 건설사가 단순도급형 사업을 주로 수주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시공기업이 사업개발, 지분투자, 설비운영 등 전 과정에 참여하는 투자개발형 사업 비중은 지난해 우리나라 해외 건설, 플랜트 사업 수주액의 3%에 불과했다. 발주처가 금융 등 전반을 담당하고 시공기업이 단순시공, 설계, 조달 등을 맡는 단순 도급형 사업이 97%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 것이다. 이 방식 사업의 경우 발주처의 상황에 따라 기성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할 수 있다.
미청구공사 잔액은 시공사가 추정한 공사 진행률과 발주처가 인정한 진행률에서 차이가 날 때 발생하며 위험자산으로 꼽힌다. 시점이 됐지만 공사 약속을 못 지켜 받지 못한 금액, 아직 시점이 도래하지 않아 청구가 이뤄지지 않은 금액, 유리한 계약으로 인해 초과 청구된 금액 등이 모두 포함된다. 대손충당금을 설정하지 않아 대금회수에 실패하면 장부상 이익은 바로 손실 전환된다.
최근 각 건설사가 공시한 반기보고서를 보면 국내 건설 도급순위 5위권 건설사의 미청구공사 금액은 8조4817억원으로 지난 1분기 총액인 8조8143억원보다 소폭 줄었다. 2분기 말 기준 가장 많은 미청구공사 대금을 기록한 곳은 현대건설이다. 현대건설은 2조4686억2500만원으로 1분기 2조5047억6800만원보다 규모는 줄었지만 여전히 5대 건설사 중 가장 많다.
절반에 가까운 1조1533억3700만원이 플랜트·전력 부문에서 나왔는데 프로젝트별로 보면 카타르 루사일 고속도로가 1318억3000만원, 아랍에미리트 원전이 3869억8300만원에 달했다.
GS건설의 미청구공사액은 1조7384억8000만원에서 1000억원 가까이 늘어난 1조8275억1800만원을 기록했다. 특히 ERC정제프로젝트와 사우디 라빅II 프로젝트 등 플랜트 부문과 PP-12 복합화력발전소 건설공사 등의 미청구공사액이 1000억원대에 달했다. 이밖에 대우건설 1조9951억8500만원, 삼성물산 1조4742억6100만원, 포스코건설 7161억8572만원 등이었다.
한국경제연구원 측은 국가 차원에서 단순도급형 사업보다 수익률이 2~3배 높은 투자개발형 사업 수주 비중을 현재 3%에서 2021년 10%까지 높이고, 현재 23억9000만달러에 불과한 정책금융형 해외 인프라펀드를 60억달러 규모로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건설사들은 재무 사항을 개선하는 한편 신규 시장을 공략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대형 건설사 한 관계자는 "원가 상승요인은 손실로 먼저 반영하고, 수익은 향후 확정된 시점에 반영하는 방식으로 손익관리 기준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면서 "유가 안정세가 이어지는 만큼 중동 시장에서는 민간공사보다는 공공사업 위주로 수주에 나서고 중남미나 아프리카 신시장에서 수주기회를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