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의 기억력을 훔쳐라/정계원 저/베프북스/1만4800원

'당신이 외우는 전화번호는 몇 개입니까?'

지식과 정보가 넘쳐나고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보던 기술이 현실이 되는 세상이다. 인류의 능력도 그만큼 진화됐을 테지만, 정작 기억력은 예전같지 않다. 과거 열댓개는 거뜬히 외우고 있던 지인의 전화번호도 이제 더 이상 외울 필요가 없어진 탓이다.

최첨단 IT기기에 둘러쌓인 현대인들이지만, 정작 무언가를 스스로 기억하고 깊이 생각하며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두뇌의 힘은 점차 퇴화하고 있다. '머리를 쓰라'고 말하면서 '머리를 쓰는 법'에 대해서는 알려주지 않는다.

'셜록의 기억력을 훔쳐라'는 최첨단 기술이 대신 해주고 있는 현대인의 '기억력'에 관한 책이다. 컴퓨터, 스마트폰 등 다양한 저장매체의 발달로 우리 머리 속 저장 공간이 퇴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책은 현대인의 '기억력'을 기반으로 두뇌 개발의 필요성과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암기'가 아닌 '기억' 활동을 통해 효과적인 두뇌 개발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기억력 훈련을 무의미한 기억용량을 늘리는 것이라 생각하지만, 기억용량은 컴퓨터처럼 부품을 갈아 끼워서 늘릴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기억력 훈련은 인간의 한정된 지력을 활용해 기억 접근 방식을 적용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으로, 이렇게 길러진 힘은 일상 생활에서 접하는 많은 분야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저자는 평범한 대학생에서 한국인 최초로 국제 기억력 마스터가 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기억 훈련법과 세계 기억력 대회 참가 노하우를 이 책에 모두 담았다. 한국인에 맞는 기억법을 익히고 직접 훈련해 볼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이 책에는 메이저 시스템, 파오 시스템 등 기억의 단축키와 같은 역할을 해줄 수 있는 다양한 시스템이 소개돼있다. 도전과제를 통해 실질적으로 스스로의 기억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도 제시한다. 저자의 세계 대회 경험을 통해 종목별로 어떤 시스템이 유용한지, 기억력을 스포츠 등 다양한 일상생활에서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노하우도 엿볼 수 있다.

저자는 대한민국의 입시 전쟁과 과열된 경쟁의식이 오히려 즐거운 학습과 지적 유희를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한다. 학습에 대한 약간의 인식 변화 만으로도 유쾌하고 흥미로운 지적 탐구와 놀이가 가능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기억력 스포츠', '기억법 훈련'을 통해 입시나 경쟁이 아닌 지적 유희로 학습을 접근할 때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을 학습자의 태도로 읽어나가기 보다 잠시 스마트폰을 꺼두고 편안한 자세로 조금씩 읽어달라고 말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하루하루 자유로운 상상을 통해 직장인에게는 두뇌자극과 이완을, 학생들은 창의력과 관찰력, 노년층은 굳어가는 두뇌에 활력을 줄 수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기억력에 금수저는 없다. 누구든 머릿속에 수만가지의 기억을 저장할 수 있으며 내장형 기기를 가지고 있다. 지적 유희를 통해 셜록의 기억력을 엿보고 싶은 독자라면 이 책에 언급된 특별한 기억력 훈련법이 머릿속에 잠들어 있는 셜록의 뇌를 깨워줄 것이다.

박세정기자 sj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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