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가전업체 잇단 시장 가세
가격경쟁력 앞세워 점유율 높여
삼성·LG 매출 하락세 충격파
중국정부 각종 규제도 악재



[디지털타임스 김은 기자] 중국에서 프리미엄 제품을 앞세워 시장공략을 강화하던 국내 가전 업체들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저가 중심이던 중국 현지 가전업체들이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프리미엄 시장까지 넘보기 때문이다.

16일 시장조사업체 중이캉에 따르면 중국 냉장고 시장에서 프리미엄 제품의 비중은 2014년 16.3%에서 지난해 21.9%로 올랐고, 올 1분기에는 32.2%까지 치솟았다. 업체별로는 메이디·하이얼·TCL 중국 3대 가전 업체의 프리미엄 냉장고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전년보다 6%포인트 상승하며 54%를 기록했다. 한국 기업을 포함한 해외 주요 가전업체의 시장점유율은 6%포인트 줄어든 38%에 그쳤다. 중국 현지업체들의 공격적인 움직임은 제품 전략에서도 나타나 지난해 중국에서 새로 나온 프리미엄 냉장고 416개 중 현지 업체의 제품이 70%를 차지했다.

중국 에어컨 시장에서도 현지 업체들의 경쟁력은 크게 높아져 지난해 중국 3대 가전업체의 시장점유율은 70%를 넘어섰다.

중국 현지 가전업체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의 이점을 앞세워 프리미엄 시장점유율이 높아지면서 기존 강자의 매출도 악영향을 받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는 지난해 매출 200조7000억원 중 중국에서 15%인 31조원을 올렸다. 하지만 이는 2013년 40조원(비중 18%)에 비하면 9조원가량 줄어든 수치다. LG전자 역시 지난해 중국 지역 매출이 전년보다 15.9%(1414억원)나 줄어 지역 매출 중 감소액이 가장 많았다.

이처럼 해외 업체들이 중국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중국 정부가 제공하던 가전제품 소비 보조금 지원정책이 2013년 종료하면서 중국 가전 시장의 성장률이 떨어졌고, 현지 업체들의 가격공세가 한층 거세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중국 정부의 환경오염 규제와 인건비 상승, 외국 기업에 대한 혜택 축소 등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중국에 진출한 가전 업체들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중국 냉장고 시장에서 2위를 기록 중인 지멘스는 고가 전략을 바꿔 6000위안 이하의 제품을 내놨다. 기존 지멘스 냉장고의 가격은 6000~8000위안 사이에서 형성하고 있었다.

삼성전자는 중국만을 위한 특화 상품을 출시하고 제품명을 중국식으로 작명하는 등 현지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LG전자의 경우 프리미엄 가전인 LG 시그니처, 올레드 TV 등을 주력으로 내세우는 초 프리미엄 전략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파나소닉도 지난해부터 스마트 가전 오프라인 체험매장을 만드는 등 고객 접점을 확충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에 진출한 많은 외국 기업이 경영난을 호소하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 와중에 사드 배치로 인한 중국의 반한 감정까지 본격화하고 있어 상황을 낙관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은기자 silver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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