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폭염의 기세가 꺾이지 않는 가운데 백두대간에서 뻗어나간 산줄기(정맥)가 도심 속 무더위와 열대야 현상을 완화시키는 '녹색 에어컨'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백두대간에 비해 도심 인근에 위치한 정맥의 숲이 밤이 되면서 생성된 찬공기를 공급하는 통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은 엄정희 계명대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호남정맥이 위치한 전주지역을 대상으로 찬공기 생성정도, 찬공기 흐름, 찬공기 층 높이를 분석한 결과, 밤이 되면서 정맥의 산림으로부터 차가운 공기가 계곡으로 이동해 도심으로 유입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16일 밝혔다.

특히 밤 10시부터 새벽 4시까지 시간이 흐르면서 정맥에서 생성된 찬공기의 흐름과 찬공기 층이 증가했고, 계곡 부근에서 찬공기 층이 가장 두껍게 형성됐다.

그 결과, 호남정맥과 가까운 전주의 야간 저감온도(2013년 5.0℃, 2015년 3.8℃)가 상대적으로 멀리 떨어진 김제(2013년 2.2℃, 2015년 1.8℃), 익산(2013년 4.0℃, 2015년 2.7℃)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백두대간 정맥의 숲이 찬 공기를 도심으로 보내 폭염뿐만 아니라, 인접 도시의 열대야 현상을 완화시키기 때문이라고 산림과학원은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찬공기는 산림과 초지, 농경지 등에서 생기는 데, 산림에서 발생한 찬공기는 이동하기에 유리한 지형적 조건을 갖고 있어 차고 신선한 공기 확산에 더 유리하다.

조재형 산림과학원 산림복원과장은 "이 연구를 통해 도심 생활권에 미치는 백두대간 정맥의 역할이 새롭게 확인됐다"면서 "앞으로 산림의 녹색 에어컨 기능 확대와 국민의 도시생활 환경개선을 위해 백두대간은 물론 정맥의 보전과 관리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맥은 백두대간을 기둥줄기로 해 뻗어나간 2차적인 산줄기로, 72.4㎞ 길이의 금남호남정맥을 제외하면 모두 100㎞ 이상의 연속된 산줄기를 이루고 있으며, 도심과 인접해 있다. 대전=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호남정맥의 찬공기 도심 확산의 모습으로, 새벽 4시 정맥에서 생성된 찬공기(짙은 청색)가 전주지역으로 확산돼 가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제공
호남정맥의 찬공기 도심 확산의 모습으로, 새벽 4시 정맥에서 생성된 찬공기(짙은 청색)가 전주지역으로 확산돼 가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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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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