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각각인 차로 폭과 갑자기 좁아지는 차로, 군데군데 지워진 차선 도색 등 기존 도로 체계를 개선해야 운전자 없이 달리는 자율주행차가 안전하게 도로를 달릴 수 있습니다. 특히 자율차가 안전하게 달리기 위해서는 차로 폭이 3.6m 수준이 돼야 합니다."
문영준 한국교통연구원 교통기술연구소장(사진)은 연말 자율차 시범주행 전국 도로 확대를 앞두고 기존 도로 체계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직관과 순간적 상황 판단으로 변화하는 도로 환경에 적응하며 운전하는 사람과 달리 자율차는 정해진 알고리듬과 명령어에 맞춰 운행하는 만큼 도로의 구조나 노면상태, 차선 등을 최대한 표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현재의 차로 폭은 일반 차가 달리는 것을 전제로 정해진 도로 기준설계에도 안 맞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도로 기준설계 상 차로 폭은 일반도로 기준 최소 2.8~3.6m가 돼야 안전하고 최적의 폭은 3.6m다. 국도나 지방도로의 경우에는 3.25~3.5m가 안전하다. 그런데 실제 도로 폭은 서울 시내 기준으로 2.5~2.8m로 좁다. 자율차가 안전하게 달리려면 도로 폭이 3.6m는 돼야 하는데, 현재 도로는 일반 차 기준에도 부적합하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미국의 경우 도심지 도로 3~3.6m, 고속도로 3.3~3.6m로 도로가 넓어 자율차가 언제든지 달릴 수 있는 수준이다.
문영준 소장은 "현재 자율차 기능이 있는 차량은 중형급 이상이므로 차로 폭이 최소 3m는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차선 도색이 들쑥날쑥해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문 소장은 "차선을 실선으로 표시한 곳과 점선으로 한 구간은 차선 변경, 추월, 유턴 등에서 운전자들에게 상반되는 규정이 적용되는데, 차선 중간중간에 한두 개씩 패턴이 빠지게 되면 인식률이 떨어져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너무 심한 커브길도 안전에 문제를 가져올 수 있다. 자율차가 곡선 주행을 잘할 수 있도록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 기능이 잘 적용되려면 커브가 완만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 소장은 "자율차 레이더가 주행 중 앞의 도로 상황을 감지하는 센싱 거리는 전방 180~200m인데, 레이더는 곡선 구간에서 이를 바로 인식해 선회하지 않으므로 곡선반경이 250m 이상으로 다소 직선화된 완만한 도로가 돼야 오류 없이 달릴 수 있다"고 밝혔다. 자율차 시대에는 차량과 도로의 양방향 소통도 필수다. 차량이 도로 인프라와의 통신을 통해 주변 상황을 실시간 감지해 최적의 자율주행 조건에서 달려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유일한 차량~도로간 양방향 소통 시스템은 고속도로의 하이패스다. 그는 "현재 하이패스 과금 구간은 30m 정도 되는데 차량과 도로가 최소 2~4번 정도 양방향 통신을 한다"며 "앞으로 자율주행이 가능해지려면 이보다도 고도화된 양방향 통신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정밀지도위치정보(LDM)를 기반으로 도로와 차량이 1초당 최대 10번까지 정보를 주고받는 것을 목표로 인프라 구축방안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