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둔화·내수위축 영향 작년 매출 2012년보다 2.8% ↓ 법인 세수는 2년새 36.2% 늘어 더민주 법인세율 인상 논란 증폭
고용· 수출· 투자를 이끄는 500대 기업 매출이 줄어드는 가운데, 기업들이 낸 지난해 법인세 규모는 2년새 큰 폭으로 늘어났다. 실물 경기 위축으로 구조적인 장기 불황 터널로 들어가고 있는 시점에 더불어민주당이 법인세 인상안을 내놓으면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7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기업 매출 감소와 법인세수(稅收) 증가 원인을 비교·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11년 이후 21분기 동안 1% 넘은 경제성장률을 이룩한 분기는 단 2번에 불과했고, 글로벌 경기 둔화와 내수 위축 등으로 500대 기업의 매출액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전경련이 한국상장회사협의회 등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500대 기업의 매출은 2012년 1167조6000억 원에서 지난해에 1135조1000억 원으로 3년 간 2.8% 감소했다. 기업이 매출 감소 등 성장성 하락을 만회하기 위해 설비 축소나 고용 감축 등 '마른 수건 쥐어짜기' 경영을 하면서 이 기간 중 당기순이익 증가율은 6.1%를 기록했다. 상장기업 및 일부비상장기업 2124개 가운데서도 연간 매출액이 감소하는 기업이 2010년 22.5%에서 지난해 45.7%로 두 배 이상 수준으로 증가했다.
기업들이 체질적 저성장을 이겨내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지만, 세수는 크게 늘어났다. 올 1분기에 경제성장률은 0.5%에 그쳤지만, 국세청의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 자료에 따르면 올 들어 5월까지 걷힌 법인 세수는 27조1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5% 급증했다. 이는 다른 세수(소득세수 22.8% 증가)와 비교해도 높은 증가율이다. 2013년 대비 올해 5월까지 누적 법인 세수는 36.2%나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기업들이 매출을 불리는 확대경영을 해서 법인세를 많이 낸 것이 아니라 투자와 고용을 줄이는 축소 경영을 하는 와중에 예상보다 많은 세금을 낸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광림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이 지난 4일 "흉년에는 세금을 낮추고 풍년에는 세금을 올리는 것이 치국의 기본"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경련은 법인 세수가 급증한 것은 법인세 공제· 감면 축소, 기업소득환류세제 시행 등 기업들에 대한 사실상의 증세 조치가 이뤄졌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전경련 조사 결과, 기업의 67%는 2015년 개정 세법이 적용되는 내년에 실효세율이 더 상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민간 경제계는 법인세는 국제 경쟁 조세인 만큼 소규모 개방 경제인 한국은 조세 경쟁에 맞춰 낮은 세율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예컨대 아일랜드는 유럽 최저 수준인 12.5%의 법인세율 덕에 구글, 애플, IBM 등 유수의 글로벌 정보기술(IT)기업 유럽 본사를 유치할 수 있었다. 최고 법인세율을 17%로 낮춘 싱가포르도 아시아의 바이오 허브로 떠오르고 있다. 더민주는 과표 500억 원을 초과하는 법인의 법인세율을 현행 22%에서 25%로 올려, 이명박 정부 이전 수준으로 회복시키기로 했다.
하지만 전경련은 "기업 규모에 따른 누진적 세율 구조는 고·저소득자의 소득 재분배에 기여하지 못하기 때문에 대부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이 법인세 단일 세율을 채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경제성장률이 1% 떨어질 때 저소득층의 소득이 가장 많이 떨어지는 등 타격을 받게 된다"며 "고령화 사회 부담 등을 감안하면 법인세율을 더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