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제조업 선도 전자 7곳 2년 연속 취약요인 늘어 금감원 "자구계획·특수성" 좀비기업 대우조선 "정상"
구조조정업체 선정 어떻게
상반기 구조조정 대상 기업이 지난해보다 소폭 감소한 32개 대기업으로 결정됐다.
휴대폰 제조산업의 부침이 뒤늦게 영향을 미치는 등 전자부품 제조업계 대기업이 5곳이나 포함됐고, 대우조선해양 등 부실이 누적된 조선업체들은 '자율협약'을 이미 진행하고 있다는 이유로 '정상' 등급으로 분류됐다.
7일 금융감독원이 선정한 구조조정 대상기업은 채권은행이 주도하는 자율협약이나 워크아웃을 3개월 이내 이행해야 하는 C등급 평가업체가 13개,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혹은 청산 절차를 즉각 이행해야 하는 D등급 업체가 19곳으로 집계됐다. 이중 상장사는 7곳이며 주식 정상 거래 기업은 4곳, 거래정지 상태인 기업이 3곳이다.
◇STX '불똥'으로 구조조정 규모 5년래 최대=지난 12월 수시 신용위험평가에서 19개 대기업을 추가로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했기에 대상 기업은 전년 정기평가에 비해 다소(3개) 감소했다. 하지만 대상 기업의 신용공여액과 자산은 지난 2011년 이후 최대 수준이다.
구조조정대상 업체의 자산은 24조4000억원이고 금융권 신용공여액은 19조5000억원으로 지난해 정기 평가 대비 각각 13조8000억원(130.2%) 및 12조4000억원(174.6%) 증가했다.
평가기간 중 대형 조선·해운사가 구조조정 대상으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STX그룹의 법정관리도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 5월 STX조선이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7월에는 STX중공업이 같은 신세가 됐다.
다만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빅3는 이번 평가에서 정상 등급인 B 등급을 받았다. 대우조선의 경우 영업이익으로 대출 이자도 갚지 못하는 이른바 '좀비기업' 신세(이자보상배율 1 이하)가 된 지 3년이 넘었지만 자율 경영개선을 하고 있다는 이유로 제외됐다.
장복섭 금감원 신용감독국장은 "대우조선의 경우 취약요인이 있는 것은 맞지만 대주주가 기업 정상화를 위한 강한 의지를 갖고 적극적으로 자구안을 마련해 회생을 추진하고 있어 이번 평가 대상에 포함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대우조선의 대주주이자 주채권은행은 KDB산업은행이며 지난 2000년도부터 시작한 경영개선작업을 16년째 진행하고 있다. 혈세로 투입한 지원금도 6조원이 넘지만 지난해 대형 분식회계와 함께 6조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
장 국장은 "대우조선의 경우 '특수성'이 있다"면서 "자구계획을 이행하고 있는 기업은 C나 D등급 평가를 유예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부실징후 가능성이 있지만 채권은행의 금융지원이 없어도 자체 자구계획을 통해 경영정상화를 할 수 있는 26개 기업에 대해서는 '자체 경영개선 프로그램' 대상으로 분류해 자구계획과 이행실적을 점검, 관리할 예정이다.
◇속 곯은 전자업계 '취약산업' 지정 우려=전자업계가 구조조정 대상에 2년 연속 올랐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지난해 구조조정 대상 기업에 5개가 포함된데 이어 올해도 5개 전자부품업체가 연이어 포함됐다. 올해 경영개선프로그램에 포함된 부실징후 기업은 전자업종에서만 7개나 된다.
IT 제조업을 이끌던 전자업계가 상당부분 부실화되는 징조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장 국장은 "글로벌 수위를 차지하는 국내 전자업체가 있지만 이들로 인해 '통계적 착시'가 발생하는 부분이 있다. 이들을 제외하고 산업을 분석해보면 썩 좋지 않은 상태"라며 "전자부품업계는 2년 연속 취약요인이 증가하고 구조조정 대상 기업이 늘어나 별도로 정밀 모니터링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완성품을 제조하는 전자업체는 현재 세계 수위를 달리며 여전히 탄탄한 성장을 구가하고 있지만 부품 제조업체들의 상황은 좀 다르다는 것이 장 국장의 설명이다.
그는 "휴대폰 부품산업의 경우 특정 모델의 성공 여부에 따라 기업의 부실, 취약요인이 늘어나기 쉬운 구조이고 수년전 메이저 휴대폰 업체가 퇴출되면서 그 후폭풍이 지금 발생하는 현상도 보이고 있다"면서 "특정 산업에 대해 취약업종 여부를 미리 단정짓긴 어렵지만 2년 연속 구조조정 대상 기업이 늘어나고 수시평가 대상 기업수도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정밀 모니터링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금감원은 앞으로 구조조정대상으로 선정된 기업들에 대해서는 3개월 이내 워크아웃 등을 통해 신속한 경영정상화를 유도하고 자체경영개선계획을 진행하는 기업들에 대해서도 이행 상황을 모니터링하는 한편 개선계획 등 미이행시 주채권은행이 수시평가 등을 실시토록 지도할 방침이다. 아울러 하반기중 외부전문기관과 공동으로 신용위험평가 및 워크아웃 기업 사후관리의 적정성 등을 점검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