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목표액 6조1000억 중
1조4367억… 23.6%에 불과
투자액 KT·LG유플·SKT순
LTE기지국 투자 성숙기 탓



이동통신 3사의 올 상반기까지 설비투자(CAPEX) 집행액이 올해 목표액의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통사의 소극적 투자에 국내 네트워크 장비 업계는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반기에 이통 3사는 올 상반기 경매로 얻은 신규 주파수를 활용하기 위한 설비투자와 사물인터넷(IoT) 서비스를 위한 인프라 투자에 본격 나설 계획이지만, 설비투자 가뭄이 쉽게 해소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4일 이동통신 3사의 올해 상반기 설비투자를 합산한 결과, 모두 1조4367억원이었다. 이통3사는 올해 초 전체 설비투자 예상액(가이던스)을 6조1000억원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상반기 실제 투자 집행률은 예상액의 50%에도 훨씬 미치지 못하는 23.6%를 기록했다.

상반기 가장 소극적으로 투자한 회사는 SK텔레콤이었다. SK텔레콤의 상반기 설비투자액은 3120억원으로 올해 목표액 2조1000억원의 14.9% 수준이었다. 특히 올 1분기 설비투자액은 역대 최저 수준인 780억원을 기록했다. 2분기엔 2340억원을 투자했지만,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하면 32.7% 감소했다. 회사는 상반기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을 추진하며 설비투자를 최소화한 것으로 보인다. 회사는 하반기에 경매로 확보한 2.6㎓ 주파수 대역을 쓰는 기지국 장비와 IoT 전국망 설비 투자 등으로 올해 설비투자액을 당초 목표치보다 1000억원 더 늘리기로 했는데, 하반기 적극적 투자로 전환할지 주목된다.

다른 이통사도 투자에 소극적이긴 마찬가지였다. KT는 올해 투자 목표액을 2조5000억원으로 제시했지만, 상반기까지 설비투자는 6372억원으로, 목표액의 25.5%에 그쳤다.

그나마 2분기에 LG유플러스는 상반기 이통 3사 중 가장 많은 4875억원을 집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목표액인 1조5000억원 대비 집행률은 32.5%로 나타났다.

이통 3사의 설비투자 위축은 지난 2012년부터 시작된 LTE 기지국 투자가 성숙기로 접어든 것이 가장 큰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이통 3사는 5세대(G) 통신 등 이동통신 진화를 앞두고 추가 투자 대신 당분간 '숨고르기'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이처럼 소극적 이통사 투자 성향이 결국 다른 방향으로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네트워크 장비업계, 통신공사 업계 등은 극심한 투자 가뭄 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시행 이후 경쟁이 줄어든 상황에서 이통사들이 영업이익을 늘리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가운데, 투자 활성화로 이어지지 않을 경우 정치권의 통신비 인하 압박이 더 거세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통 3사는 하반기 본격 투자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반기에는 우선 IoT 분야에서 SK텔레콤의 로라(LoRa) IoT 전국망을 비롯해 LTE-M 기술 등에 대한 투자가 이어질 전망이다. 또 3사는 상반기 확보한 전체 120㎒ 폭의 신규 주파수 활용을 위해서라도 하반기부터 기지국 투자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통사 관계자는 "상반기 주파수 경매 일정이 잡혀 있어, 불확실한 상황에서 투자를 하기 어려웠다"며 "정부가 부과한 망 구축 의무에 따라 하반기부터 새 주파수 활용을 위한 설비투자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성기자 js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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