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닌텐도가 출시한 게임인 '포켓몬 고'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포켓몬 고'는 일본의 애니메이션인 '포켓몬스터'와 '증강현실' 기술을 접목한 게임이다. 증강현실은 사용자가 눈으로 보는 현실세계에 가상물체를 겹쳐 현실감을 높이는 컴퓨터그래픽 기법이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주변을 비추면 인근에 있는 상점의 위치, 전화번호 등의 정보를 함께 보여 주는 것이 증강현실의 대표적인 사례다. 포켓몬 고는 스마트폰을 통해 보이는 현실세계를 배경으로 포켓몬을 포획하거나 훈련시킬 수 있는 게임으로, 위치추적시스템(GPS) 을 활용해 게임속 지도와 실제 지도를 연동해 현실감을 증가시켰다. 포켓몬 고의 성공으로 그동안 경영위기에 빠져있던 닌텐도는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각축전을 벌이는 비디오 게임 시장에서 닌텐도가 생존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혁신(Innovation) 이었다. 닌텐도는 1983년에 가정용 게임기 시장에서 '패미컴(Famicom)' 을 출시해 부동의 1위 자리를 차지했으나 1990년대에 들어와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에게 시장 리더의 자리를 넘겨주고 말았다. 2000년대에 들어와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과 마이크로소프트의 'Xbox'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던 닌텐도는 2006년에 출시한 '위(Wii)'로 비디오 게임시장을 재탈환한다.
닌텐도의 위(Wii)가 소니나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경쟁회사의 게임기보다 기술적으로 열등한 제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을 석권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닌텐도의 게임개발 주역이었던 '요코이 군테이'가 주창한 '성숙한 기술의 수평적 사고'라는 철학이 닌텐도의 혁신 DNA에 녹아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성숙한 기술'이란 최첨단 기술이 아니라 오래 전에 개발돼 충분히 검증되고 가격도 저렴한 기술을 뜻한다. 수평적 사고란 평범한 기술들을 수평적으로 조합해 고객의 새로운 니즈를 충족시킨다는 의미다. 차세대 게임기를 위해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가 고성능 하드웨어나 화려한 그래픽과 같은 최첨단 기술에 집중하는 동안, 닌텐도는 사용자의 동작을 센서로 인식하여 게임을 조작할 수 있는 컨트롤러에 초점을 맞췄다. 누구나 손쉬운 동작으로 게임에 참가할 수 있는 컨트롤러를 도입해 이전에는 게임을 즐기지 않던 일반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 잡았고, 이들을 게임시장으로 끌어 들이는데 성공했다. 평범한 기술로 소비자의 니즈를 파고 드는 혁신이 닌텐도로 하여금 비디오 게임시장을 재석권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포켓몬 고 역시 최첨단 기술에 힘입어 성공한 게임이 아니다. 포켓몬 고가 사용하는 증강현실 기술은 이 분야의 초보적인 단계에 속하는 기술이다. 포켓몬 고의 위치추적시스템은 이미 수십 년 간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는 평범한 기술이다. 닌텐도는 성숙하고 저렴한 기술들을 수평적으로 조합해 누구나 만들 수 있을 것 같지만, 아무도 만들어낼 수 없는 새로운 게임을 만들어 낸 셈이다.
닌텐도는 우리로 하여금 혁신의 문제를 첨단기술의 관점에서만 접근하지 않았는지 되돌아 보게 한다. 최첨단을 달리는 화려한 신기술이 아닌 이미 오래된, 그래서 평범한 기술로도 얼마든지 혁신이 가능함을 닌텐도는 보여 주고 있다. 게임 시장에서 기술적 우위보다 중요한 것은 철저하게 숨겨진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평범한 기술들을 조합하는 능력임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