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이 자기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영구 조건부자본증권(이하 코코본드) 발행을 빠르게 늘려가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글로벌 코코본드가 아닌 국내 코코본드로 나타나 금융 리스크가 국내 기관에 집중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한국은행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은행 및 은행지주회사의 코코본드 발행 잔액은 4월 말 기준 국내 9조2000억원, 해외 3조2000억원 등 총 12조4000억원이다. 이는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발행된 코코본드(5542억달러, 2015년 말 기준) 대비 2% 수준이다. 비중은 신종자본증권이 2조7000억원, 후순위채가 9조7000억원으로 후순위채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특정 요건 발생시 자본 전환 형태는 모두 '상각형'이다.
코코본드는 은행이 부실화될 경우 채권자의 손실분담(bail-in)을 통해 은행의 복원력을 강화하고자 도입된 것이다. 최근 금융위원회가 은행법과 금융지주회사법을 개정해 비상장은행과 금융회사도 코코본드를 발행할 수 있도록 하고, 발행 요건 규정도 완화했다. 이에 따라 은행이 미리 정한 특정 요건(trigger event)이 발생할 경우 발행한 코코본드는 상각돼 발행 은행의 이익잉여금으로 귀속되거나 보통주로 전환된다. 바젤III 등 국제규제요건에 따라 은행의 자본확충 필요성이 높아질 경우 영구채로 발행한 코코본드는 은행 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어 적은 조달비용으로 은행 자본을 확충할 수 있고, 손실은 채권자가 분담해 부담도 적다.
문제는 국내 발행 코코본드가 100% 상각형이라는 것이다. 코코본드는 특성상 채권자가 주주가 되는 주식전환형과 채권자가 오롯이 손실을 입는 상각형이 있다. 상각형의 경우 은행이 정한 기준에 따라 코코본드를 상각해버리면 채권자가 손실을 100% 안아야 한다. 타 회사채에 비해 특별히 안정성이 높은 금융채이며 그중 가장 안정성이 뛰어나다고 여겨지는 것이 코코본드이지만, 도이치뱅크 사례에서 보듯 예정 사유에 따라 이자 미지급이나 상각이 되는 경우 채권자에게는 막대한 손실을 입힐 수 있는 셈이다. 이런 이유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 상각형과 주식전환형이 각각 절반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국내 발행 코코본드의 투자자 쏠림 현상도 문제다. 국내에서 발행된 9조2000억원 규모 코코본드의 주요 투자자는 증권사가 3조3000억원으로 가장 큰 비중(36.2%)을 차지하고 있으며 다음으로 연기금 2조2000억원, 보험사 2조1000억원 순이다.
증권 종류별로 보면 신종자본증권은 증권사가 1조8000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연기금 등의 기관투자자들이 리스크가 큰 신종자본증권 매입을 기피했기 때문이다. 반면 후순위채는 연기금이 2조2000억원, 보험사가 2조1000억원, 증권사가 1조5000억원 등을 각각 보유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코코본드는 상각 또는 이자지급 정지 등으로 인한 투자자의 원금 및 이자 손실 가능성이 존재하는 채권"이라며 "코코본드는 위기시 은행의 복원력을 제고하기 위해 도입됐으나 도이치뱅크의 사례에서 보듯 이자미지급 가능성이 제기되면 발행은행의 신인도가 하락하면서 은행권 전반의 불안요인으로 확산되고 나아가 금융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