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렬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박영렬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박영렬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한국은 해방 후 지난 70년간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룩했다. 짧은 기간 동안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성취하면서 세계를 놀라게 했을 뿐 아니라 GDP 규모로 세계 10위권 국가로 부상했다. 이와 같은 괄목할 만한 경제성장은 기계(자동차, 조선), 소재(철강, 석유화학, 섬유, 정유), IT(가전, 반도체, 통신기기, LCD) 산업에서 한국기업들이 그 동안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리고 한국기업의 괄목할 만한 성장을 주도할 수 있었던 기저에는 한국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창업주의 기업가정신이 있었다. 창업주의 사업보국을 이루겠다는 의지와 정부 테크노크라트(Technocrat)의 경제발전에 대한 열정이 서로 소통 협력하여 상승효과를 창출한 결과였다. 또한 정부의 경제개발5개년 계획과 같은 강력한 경제성장의 방향이 이와 같은 상승효과를 더욱 가속화 시켰다.

한국의 고성장시대를 주도했던 이러한 성장방정식이 올해 2.7% 경제성장률을 예측하는 저성장시대에도 한국의 경제발전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필요가 있다. 1960년대 한국 기업의 성장을 이끌어 왔던 창업주의 기업가정신이 얼마나 계승되고 있는가. 한국 경제 성장을 이끌었던 테크노크라트의 열정이 급변하는 산업환경의 변화를 대응하는 전문성과 개방성을 가지고 있는가. 창의성과 창업을 외치고 있는 창조경제 시대에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의미가 있는가. 한국 사회는 세계 경제 환경이 엄청난 변화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발경제 시대의 성공 신화에 푹 빠져 있다. 그러나 한국의 경제성장이 멈추고 있듯이 한국기업의 글로벌 경쟁력도 점점 쇠락하고 있다.

따라서 무엇보다도 우리는 새로운 성장 패러다임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첫째, 우리 기업은 열린 경영을 해야 한다. 지금까지 대기업 중심의 닫힌 경영을 해왔고, 이러한 닫힌 경영은 우리 시장의 불완전성으로 인한 내부시장 형성이라는 논리 속에 그 의미를 찾았다. 그러나 더 이상 이런 닫힌 경영은 글로벌 경쟁을 하는데 있어서 그 역할을 잃어가고 있다. 기업의 규모에 상관없이 전문화를 통한 경쟁력제고를 위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고, 이러한 전문화의 배가할 수 있는 소통과 협력을 위한 진정한 열린 경영이 필요하다. 우리 창업주들이 기업을 둘러싸고 있는 이해관계자들과 공유가치 창출하기 위한 열린 경영을 해왔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둘째, 우리 정부는 경제발전을 위한 최소 역할을 해야 한다. 포터(Porter) 교수는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해서 정부는 혁신의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최소한의 촉매 역할만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테크노크라트 만으로 급변하는 환경변화에 대응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생각한다. 개발경제 시대와 같이 제한된 자원을 전략 산업에 집중 투자하는 논리는 더 이상 의미가 없다. 제4차 산업혁명의 주역은 정부가 아니라 혁신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정부 이외의 대학, 기업, 연구소 등이다. 따라서 정부는 경제발전의 주도적인 역할을 최소화하고, 이런 발전이 자생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생태계를 과감하게 조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무엇보다도 과감한 규제개혁이 필요하고 관주도의 발전 정책 제안을 최소화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우리 사회는 개인보다는 공동체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포용성을 가져야 한다. 우리 사회는 기존의 이익을 지키려는 생각이 지배적이기에 세상의 변화에 도전하기 위한 의지가 전혀 없다. 지역이기주의가 팽배하고 자기 이익을 고수하려는 반대를 위한 반대가 난무하는 우리 사회가 교육과 사회적 공감을 통해 따뜻한 사회로 탈바꿈해야 한다.

우리 모두는 저성장시대에 한국 경제 발전을 이끌 열린 기업, 작은 정부, 따뜻한 사회를 조성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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