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 기사회생 카드 무산되며 벼랑끝 잠재적 인수합병 후보들 기업가치 하락 업계 "자발적 구조조정 길 막은것"우려 정부에 활성화 정책 등 요구나설 듯
공정거래위원회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을 최종 불허하면서 방송통신 시장에 후폭풍이 예고되고 있다. 특히 케이블TV 업계는 매각이 사실상 어려워지게 됐다며, 케이블TV 산업 보호와 유효 경쟁 정책을 정부가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8일 서울 상암동 CJ헬로비전 본사에서 직원들이 안내 표지판 앞을 지나가고 있다. 유동일기자 eddieyou@
■ SKT - CJ헬로 합병심사 '최종불허' 방송통신 시장 향후 전망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이 최종 무산되면서 방송통신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이번 공정거래위원회의 인수합병 불허 결정으로 이종산업간 결합이 사실상 힘들어지며, 유료방송시장의 경쟁 구도에도 큰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다.
18일 방송통신 업계에서 따르면, 이동통신시장의 경우 인수합병 불허로 인한 파장이 적은 반면, 유료방송 시장에는 거센 후폭풍이 몰아닥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IPTV를 앞세운 SK계열의 공세가 강해지며 IPTV간 경쟁뿐만 아니라 벼랑 끝에 몰린 케이블TV와의 경쟁이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SK텔레콤 입장에서는 한꺼번에 300만명 이상의 유료방송 가입자를 끌어오는데 실패하고 차세대 미디어 전략에 차질을 빚게 됐지만, 치명적인 타격은 없을 것으로 분석된다. 여전히 이동통신 1위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으며 유료방송 시장의 무게중심이 IPTV로 옮겨가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SK텔레콤이 자회사 SK브로드밴드 IPTV 중심으로 방송사업을 강화하며 보다 적극적으로 시장 공략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IPTV에 밀리며 가입자, 매출이 모두 하락하던 케이블 입장에서는 '퇴로'였던 인수합병 까지 무산되며 사면초가에 몰렸다. 현재 매물로 나온 기업뿐만 아니라 잠재적인 인수합병 후보기업들까지 기업가치 하락은 불가피하다는 평가다. 업계 안팎에서 "가장 큰 피해자는 케이블TV"라는 자조가 나오는 이유다.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유료방송시장 가입자 수는 케이블 1379만9174명(49.52%), IPTV 1099만1766명(39.45%), 위성방송 307만4234명(11.03%)이다. 사업자별로는 KT가 510만1944명(18.31%)으로 1위이며, CJ헬로비전 382만3025명(13.72%), SK브로드밴드 335만6409명(12.05%), 티브로드 324만1449명(11.67%), KT스카이라이프 307만4234명(11.03%), LG유플러스 253만3413명(9.09%) 순이다.
케이블TV 업계는 지역 사업자라는 한계와 이동통신 결합상품이 대세가 된 시장에서 이동통신을 제공하지 못하는 등 상품경쟁력이 이통사에 비해 떨어지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몇 년새 IPTV가 케이블TV를 바짝 뒤쫓으며 점유율 역전현상(골든크로스)이 현실화하고 있는 상태다. 매출 역시 IPTV는 지난해 전년보다 28.3% 늘어난 1조9088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나, 케이블TV는 3.7% 줄어든 2조2590억원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케이블 업계에서는 이번 결정이 케이블의 자발적 구조조정을 가로막을 것이란 우려가 높다. 이에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정부에 공정경쟁 및 케이블TV 활성화 정책 등을 요구할 계획이다. 케이블은 정부에 방송통신 결합상품을 구성한 개별상품의 요금비율에 따라 할인율을 적용하는 '동등할인', 지상파 재송신 제도 개선 등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미래부가 유료방송 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한 만큼, 어느 정도 케이블의 요구를 반영할지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서는 이번 불허가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여타 이통사의 미디어 전략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는 의견도 내놨다.
업계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정부가 케이블 결합을 영영 막을 수는 없을 것"이라며 "다른 이통사 입장에서는 케이블의 기업가치가 계속 하락하면서 시장상황에 따라 인수합병 가능성을 타진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공정위는 "케이블 산업의 구조조정을 원천 차단한 것은 아니다"며 여지를 남겨뒀다. 신영선 공정위 사무처장은 "이번 결정은 이통 1위(SK텔레콤)와 케이블·알뜰폰 1위(CJ헬로비전) 사이의 결합이라 경쟁제한성이 크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보다 경쟁제한성이 적은 이통사-케이블, 케이블-케이블간 결합은 얼마든지 나올 수 있으며, 각각의 경쟁제한 정도가 다른 만큼 조치 수준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