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18일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을 최종 불허했다. SK텔레콤은 유감을 표한다면서도 공정위 결정을 수용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서울 중구 SK텔레콤 본사 앞 신호등에 빨간불이 켜져 있다. 김민수기자 ultrartist@
■ SKT-CJ헬로 합병심사 '최종불허' 방통업계 엇갈린 반응
공정거래위원회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을 최종 불허하면서 방송통신 업계 표정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당사자인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은 침통한 기색이 역력한 반면, KT와 LG유플러스는 반색했다. 그동안 인수합병으로 위기 타개를 모색했던 케이블TV 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18일 SK텔레콤은 공정위 불허 발표 직후 "그동안 최선을 다해 인수합병 당위성을 강조했으나, 결과적으로 불허 결정을 받아 깊은 유감"이라면서도 "이번 결정을 수용한다"고 밝혔다.
CJ헬로비전은 절박한 분위기다. CJ헬로비전은 "(공정위) 심의 결과에 대해 존중하나, 현재 케이블TV 산업이 처한 현실과 미디어 산업의 미래를 고려할 때 매우 유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SK텔레콤은 또 "(넷플릭스 등) 글로벌 미디어 기업은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OTT)를 중심으로 '국경 없는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국내 역시 혁신이 절실하다"며 "국내 미디어 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CJ헬로비전 측은 "심사가 7개월 이상 장기화하며 투자정체, 영업위축, 실적저하, 사업 기회상실로 영업이익, 미래성장성을 위협받고 있다"며 "무엇보다 임직원들이 받았을 상처와 위축된 기업문화 회복이 중요 과제"라고 토로했다. 이어 "현재는 내부 안정화를 우선해 경영정상화에 집중하고 이후 대응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케이블TV 업계 관계자는 "조만간 케이블TV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위기 극복방안을 논의하고, 정부에 공정경쟁 및 케이블TV 활성화 정책 등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인수합병을 반대해온 KT와 LG유플러스는 이번 공정위 결정에 대해 겉으로는 표정관리를 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축제 분위기다. 두 회사는 공동 입장자료를 통해 "공정위 결정을 존중한다"며 "그동안 인수합병 허용시 시장 독과점 심화, 소비자 후생저해 등을 우려해 금지 의견을 지속 밝혀왔으며, 공정위가 이를 고려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지상파 방송사들 역시 "이번 불허 결정은 방송통신 시장 공정거래를 보장하고, 소비자 피해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합리적 판단"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일단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이 공정위 결정을 수용하겠다고 밝힌 만큼, 별도의 행정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불허 결정에 따라 다른 이통사의 케이블업체 인수도 원천 차단될 것이기 때문에 마냥 반길 일은 아니라는 시각을 보였다. 이에 대해 한 이통사 관계자는 "합병 불허에 따라 당장은 이통사들이 케이블 업체를 인수할 필요가 없어졌다"면서도 "장기적으로 정부 정책방향과 시장과 경쟁사 상황을 보고 움직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