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연구원은 "경영권 승계를 제약하는 각종 규제가 오히려 편법승계를 조장한다"고 지적했다. 100년 이상 장수하는 글로벌 장수기업을 만들려면 승계 원활화를 위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경연은 18일 내놓은 '해외 대기업의 승계사례 분석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네덜란드의 하이네켄은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다층적 지주회사 구조를 활용했다"고 밝혔다. 다층적 지주회사 구조는 지주회사에 대한 지분관리회사를 설립하고 그 회사의 지분을 관리하는 또 다른 지분관리회사를 설립하는 등 중층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가장 하위단계의 지분관리회사 지분을 상속자가 소유하게 된다. 하이네켄은 이런 방식으로 경영승계를 했기 때문에 가족들이 의결권의 과반을 실질적으로 보유한 최대주주임에도 산술적으로는 낮은 직접 지분율(20%)을 갖고 있어 상속세 부담을 완화하며 기업승계를 진행할 수 있었다.

미국 포드는 포드재단에 대한 주식(보통주)출연과 차등의결권 주식 발행을 통해 상속세 부담을 완화하는 동시에 경영권을 유지했다. 차등의결권은 경영진이나 최대주주에게 보유 지분율보다 더 많은 의결권을 부여해 경영권 안정을 도모하는 제도다. 현재 미국, 일본 등은 차등의결권 제도를 도입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허용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는 중소기업의 승계에 대해서는 가업상속공제제도를 통해 기업승계를 지원해주고 있는 반면, 대기업의 경영권 승계에 대해서는 상속세를 감면해주는 제도가 마련돼 있지 않다.

이성봉 서울여대 교수는 "우리나라 대기업의 경우 상속세 부담이 커 기업 승계과정에서 지배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며 "지배력을 유지하면서 적정 상속세를 부담하는 등 투명하고 합법적인 대기업 경영권 승계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예진수 선임기자 jin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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