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창열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제협력단 팀장
양창열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제협력단 팀장
양창열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제협력단 팀장


예전 시골 집 마당 한 쪽에 코끼리 코를 닮은 펌프가 자리 잡고 있었다. 펌프로 식수를 공급하던 때에 펌프질을 하기 전 물 한 바가지를 붓고 펌프질을 하면 코끼리 코를 통해 물이 금방 시원하게 쏟아진다. 코끼리 코를 타고 쏟아지는 이 물을 마중물이라고 부른다. 새 물을 받으라고 보내는 마중물이 없으면 펌프는 무용지물이 된다. 마중물은 시골집 펌프뿐만 아니라 원격학습에서도 필요하다.

재학생 수가 10만명이 넘는 전 세계 메가 대학(Mega University) 17개 중 12개가 아시아에 있다. 200만명이 넘는 재학생을 가진 중국개방대학(The Open University of China), 재학생이 100만명이 넘는 이란의 파에마 누르 대학교(Payame Noor University) 등 아시아 지역은 원격학습 때문에 학생 수가 다른 지역에 비해 월등히 많다. 방송대 재학생은 12만 명인 국내 메가 대학이지만 다른 아시아 원격대학과 비교했을 때 재학생 수가 많은 편은 아니다. 그렇다면 재학생 규모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소수인 방송대가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개도국의 러브콜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국내 교육에 대한 남다른 열정, 특히 엘리트 고등교육과 대중 고등교육에 대한 국민의 열망을 잘 반영해 발전시킨 방송대의 고등교육 노하우와 1990년대 이후 정보통신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반영한 방송대의 교육 시스템에서 찾을 수 있다.

아시아를 넘어 아프리카의 많은 국가에서 한국은 닮고 싶은 나라, 아니 '닮아야 하는 나라'로 자리 잡았다. 한국의 경제 성장 비결이 교육에 있음을 다수의 세계인이 알고 있다. 개발도상국 입장에서는 인력 양성과 국가 발전에 필요한 빈곤퇴치와 사회발전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교육이 중요하다. 개도국은 일방적인 원조가 아니라 스스로 빈곤에서 탈출할 수 있는 역량을 배양하는 데 가장 필요한 근본적인 지원을 원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한국의 교육 공적개발원조는 가장 설득력 있는 분야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입을 빌리지 않더라도 교육은 우리가 실제로 경험해 성공을 거뒀으며 제일 잘하고 있는 분야이다. 공교롭게도 개도국의 대부분은 'PCPD(Post Conflict Post Disaster)' 지역으로 우리나라처럼 전쟁을 경험했거나 내전을 겪은 나라가 다수이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우리나라의 압축 성장 모델은 개도국이 가장 원하는 벤치마킹 대상이다. PCPD 지역에 대한 우리의 교육 원조는 그들의 장밋빛 미래에 필요한 성공 토대를 제공할 것이다. 1970년 시작된 새마을 운동이 경제개발과 의식개혁을 병행한 한국 근대화의 원동력이었던 것처럼1972년 개교한 방송대는 고등교육 소외 계층을 구제하기 위해 고등교육 기회 양극화를 해소하고, 이를 대중화하는 등 우리 사회가 필요로 했던 양질의 인력 제공의 보고(寶庫)였다. 국내·외적으로 '한국형 교육모델 전파사업'에 대한 정부 관심과 정책적 지원이 증대되는 시점에서 방송대는 국가재건이 필요한 개도국의 관점에서 볼 때, 교육 경험과 원격교육 모델을 잘 접목시킬 수 있는 최적의 모델이다. 2014년 방송대가 주관해 3년째 진행하고 있는 아프리카 'DR콩고 맞춤형 원격교육 모델 전수' 사업, 유네스코의 파트너로 참여 중인 'ICT를 활용한 아프리카 교육 혁신' 사업은 원격교육 분야 공적개발원조의 마중물로 손색이 없다.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