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욱 서울여대 경제학과 교수
이종욱 서울여대 경제학과 교수
이종욱 서울여대 경제학과 교수

박근혜 정부가 1년 반을 남겨 놓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성장률의 지속적 하락이 심상찮다.

IMF는 지난 4월, 2016년 1월 전망치를 수정해, 2016년 세계경제 성장률을 3.4%에서 3.2%로, 신흥국은 4.3%에서 4.1%, 한국은 2.9%에서 2.7%로 하향 발표했다. 한국의 2.7%는 2016년 연초 정부와 OECD가 예측한 3.1%보다도 낮은 수치이자, 민간경제연구소가 예측한 최저 전망치 2.6%에 가깝다. 이처럼 세계 경제성장률 보다도 낮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 이 와중에, 한국은 과거 한국경제성장의 주력이었던 조선산업에서 대량 해고를 감수해야 하는 구조조정을 추진 중이다. 대량 해고가 소득 최하위층을 양산하게 되고, 이것이 서민들의 삶의 질을 떨어뜨릴 것은 자명한 수순이다.

경제성장률 하락에 따른 우리 경제의 암울함은 도처에서 확인된다.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되는 생산성 지표로서 노동생산성 증가율, 임금상승률, 단위노동비용 상승을 보면, 2013~2015년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1.3%, -1.4%, -2.2%로, 또 임금상승률은 4.9%, 3.5%, 3.4%로 계속 감소 중인 반면, 그로 인한 단위노동비용은 6.7%, 5.5%, 5.1%로 상승하고 있다.

우리는 왜 경제성장률 저하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우선 경제 성장률이 하락하면 일자리가 감소하고, 실업률이 높아진다. 근로자들의 소득은 정체되고 그로 인해 소비도 감소한다. 한 개인으로서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자립과 자조의 기회가 줄어들면 결국 국민들의 절망과 분노는 커지고, 기존 경제 및 정치 체계의 붕괴를 요구하게 된다. 궁극적으로 한국 사회의 안정성이 무너지게 된다. 경제 성장률 계속적 저하가 우리 사회에 광범위한 충격을 가져오는 만큼 그 극복에도 장기간이 소요될 것이다. 문제는 대통령과 정치권이 그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들의 분노가 정치와 경제에 미치는 효과의 단편을 최근 영국에서 목도한다. 세계 경제 회복의 불씨를 꺼버린 영국 국민들의 브렉시트 찬성의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국민의 분노를 들고 있다. 분노는 앞 뒤, 전후좌우를 면밀히 고려하지 않는다. 일단 표출하고 보는 것이다.

근로소득에 의존하는 우리의 서민 및 중산층은 저성장으로 치닫는 한국경제에서 일자리 위기를 느끼고 있지만, 정치권과 정부는 위기를 타개할 희망을 제시하지 못했고 자신들의 기득권 지키기에 집착하였다. 이에 대한 국민들의 진노의 결과가 5.18 국회의원 선거에서 여소야대, 제 3당의 급부상에서 나타났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의 미디어나 전문가들은 이 선거 결과를 정치에 대한 실망으로 표현하고 있지만, 이는 단순한 실망 차원이 아니라 국민들의 분노로 진단해야 할 것이다.

시카고 대학의 노벨경제학 수상자인 루카스 교수는 경제성장은 그 나라 모든 경제주체의 성과의 집합체로 정의한다. 한 나라의 경제의 성장률이 낮아지고, 경제가 침체해 있다면, 대통령, 법원, 정치, 공무원, 기업가, 근로자, 소비자, 언론, 종교, 학생, 군대, 교직원 등 그 나라 모든 국민의 책임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 모든 경제주체들이 경제성장에 잘 기여하도록 하려면, 통치 면에서는 대통령과 정치권이 선도적 역할을 하고, 경제 면에서 기업가 및 근로자들이 힘을 합쳐야만 한다.

박근혜 정부는 한국경제의 저성장을 벗어나기 위한 성장 키워드로 정부 3.0이라는 슬로건으로 개혁과 소통을 추진해 왔지만, 임기 1년 반을 남긴 지금, 그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는 크지 않다. 심지어 "오만한 친박의 시대착오적 패거리 정치에 넌더리 난 국민"이라는 직설적 표현도 나타나고 있다. 선두적 위치에서 전체 사회를 이끌어야 할 정치권의 이 같은 경직적 사고와 태도가 소통을 통한 협력의 성공에 얼마나 막대한 폐해를 끼치는가는 이미 학술적으로도 충분히 논의되어 있다.

흔히들 '저성장의 늪'이라는 말을 한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사실 저성장 문제의 핵심을 보여주는 말이다. 저성장은 그야말로 늪이다. 한번 빠지면 진창 속에서 아무리 발버둥쳐도 점점 더 빠져들 뿐 헤어나오기 어렵다. 희망은 희망을 낳지만, 절망과 분노도 얼마든지 확대 재생산된다.

저성장의 악순환에 휘말리지 않으려면, 한국의 미래를 결정하는 자원배분 및 제도를 만드는 절대적 권력을 가진 대통령과 국회가 진정한 위기의식과 강한 의지를 갖고 개혁과 소통을 이용해 선두에 나서야 한다. 이들의 통찰력, 열정, 책임감만이 한국경제를 저성장에서 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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