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시장 … 새로운 전략 필요" 기업공개자금 일부 연구소 투자 라인 이을 서비스 발굴 계획도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이 지난 15일 강원도 춘천시에 위치한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에서 열린 미디어 간담회에서 기자 질문에 답하고 있다. 네이버 제공
지난 15일 라인의 미·일 동시 상장을 시작으로 네이버의 글로벌 사업 여정이 본격 시작됐다. 이날 '은둔의 경영자'라 불리는 이해진 이사회 의장을 비롯해 신중호 라인주식회사 글로벌사업총괄(CGO)이 직접 미디어 행사를 열고, 한국과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 인터넷 기업이 되겠다는 야심을 거침없이 풀어냈다. 이들이 밝힌 경쟁자는 구글, 페이스북, 텐센트 등 미국과 중국의 거대 인터넷 기업들이다.
지난 15일 강원도 춘천에 위치한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에서 열린 미디어 간담회에서 이해진 의장은 향후 사업 계획을 묻는 질문에 "앞으로 북미 쪽에서 시간을 보내며 회사에 기여하고자 한다"며 "지금(라인 상장)까지는 일본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지만, 더 큰 시장에서 회사가 성장하는 데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가 공식적으로 북미, 유럽 시장 진출을 꺼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의장은 "유럽이나 북미는 한번 도전해야 봐야하는 꿈의 시장"이라며 "이 시장은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기존의 메신저 사업만으로는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북미, 유럽 시장에서 네이버, 라인의 브랜드는 아직 생소하다. 라인이 일본에서 실패를 거듭하며 상장에 이르기까지 10년이 걸렸다. 이 의장 역시 "북미나 유럽에 다시 도전하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 알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이번 라인 상장으로 네이버의 브랜드를 세계에 알리는 일종의 신호탄을 쐈다고 봤다. 실제 상장 첫날 미국과 일본 모두에서 라인 종가가 공모가보다 20~30%씩 높게 뛰면서 외신들은 앞다퉈 라인과 네이버의 성공 스토리를 보도했다.
일단 세계 증시 데뷔엔 성공했지만, 갈 길은 여전히 멀다. 구글, 페이스북, 텐센트(위챗) 등 거대 인터넷기업과는 아직 이용자 수나 자금력 부분에서 상대가 안 되기 때문이다. 1분기 기준 라인의 월간 이용자수는 2억1800명이지만, 페이스북은 15억9000만명, 위챗은 6억5000만명에 달한다. 이 의장은 "(국내에서) 우릴 공룡으로 표현하는데, 그러면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은 '고질라' 혹은 어마어마한 괴물로 표현해야 맞다"면서 "이러한 상황에서 네이버와 라인이 어떤 식으로 살아남을지 굉장히 버거운 일"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골리앗에 맞서기 위한 네이버의 전략은 '기술 개발'과 '제2의 라인'이다. 이 의장은 "인터넷은 국경도 시간 제약도 없어 좋은 서비스가 나오면 한순간에 이용자가 이동한다"며 기술개발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를 위해 네이버는 기업공개로 조달한 자금 약 1조5000억원 상당 부분을 자사 기술 연구소인 '네이버랩스'에 투자하거나, 기술 기업과 인재를 영입하는 데 쓸 계획이다. 먼저 하반기에 PC와 스마트폰이 아닌 차량 등 다른 하드웨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인터넷 인프라를 선보일 예정이며, 인공지능(AI)에 대한 투자를 늘릴 것이라고 그는 밝혔다. 또 라인의 뒤를 이을 글로벌 서비스 모델 발굴도 숙제라고 덧붙였다. 그는 "네이버 안에서 '제2의 라인'이 계속 나와야 한다"며 '웹툰', '브이', '스노우' 등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언급했다.
그는 "라인의 성공은 기적"이라며 "북미나 유럽 도전이 얼마나 긴 시간이 걸릴지 모르지만, 비록 성공하지 못한다 해도 후배들에겐 의미 있는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