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나 한양대 박사과정생
이유나 한양대 박사과정생
이유나 한양대 박사과정생


시민중심의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시민이 주인의식를 갖고 계획하고 조성하는 과정이 첫 번째로 필요하다. 따라서 개인이 할 수 없는 일을 집단은 가능케 한다는 집단지성의 개념에 뿌리를 두는 주민자치 사상이 출발선이 되어야 한다.

지난 20년간 서울시의 보행환경은 점진적으로 개선되어왔지만 보행자를 우선시하는 보행친화도시는 '차 없는 거리'나 '보행 우선 도로'를 몇 군데 지정하는 것만으로는 완성되지 않

는다. 지금껏 보행자보다 자동차의 편의를 더 봐주며 운영해온 도시를 사람을 위한 도시로 탈바꿈하는 것은 개혁과도 같은 일이기 때문이다.

과연 시민들에게 보행친화도시가 필요한 것일까. 우리는 걷기를 통해서 평화·행복의 호르몬인 세로토닌 분비가 활성화되어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 우리는 보행친화도로를 이용해 건강을 챙기고, 일터에 가고, 여가와 명상을 즐길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이렇듯 걷는다는 것은 사람에게서 빼놓을 수 없는 일상이다. 하지만 이를 방해하는 요소를 살펴보면 폭이 좁은 인도와 인도 위의 불법 노점상, 불법 주차된 차량과 오토바이, 일부 상인들의 상품적치와 광고판 등이 있다. 더욱이나 대한민국의 심장부에 살고 있는 서울시민의 삶은 시간의 단축과 편리함, 자동차와의 교통소통이 더 우선시되는 교통정책의 한계성 등의 이유로 '걷기'가 억압당한채 자동차에게 그 의미를 빼앗긴지 오래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시는 1997년 1월 '서울시 보행 조례(서울특별시 보행권 확보와 보행환경 개선에 관한 기본 조례)'가 제정된 이후 걷고 싶은 서울 만들기를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지속해왔다. 보행권 신장 운동의 노력으로 인사동길, 명동길에는 '차 없는 거리'가 등장했고, 덕수궁길에는 '보행 우선 도로'를 선보였으며, 연세로는 '대중교통전용 지구'를 운영하는 등 이제는 서울 곳곳에서 보행자를 중심으로 교통여건을 만들어나가는 흔적을 찾아 볼 수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보행자가 주인인 인도 위에서조차 장애물을 피해 줄을 지어 종종걸음으로 지나가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해 눈살을 찌푸린다. 도시의 품격과 가치는 정책결정자들이나 연구원들이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다. 바로 도시의 주인인 시민 스스로가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서울시가 보행친화도시로써 한걸음 더 구체화되기 위해서는 신촌, 명동 등 대로변이 있는 대형 지구 중심, 명소 중심을 넘어서서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는 내 집 앞 도로에서도 불편함 없이 마음 놓고 걸을 수 있어야한다. 어린이와 노인, 장애인 등 보행약자들도 안전하게 걸을 수 있는 보행환경이 필수적인 것이다.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