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산은 '한화 보증금' 전액 몰수 부당"
최근 분식회계 논란 등 영향
한화, 일부 돌려받을 가능성
[디지털타임스 양지윤 기자] 2008년 말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나섰다가 포기한 한화그룹이 매각주간사인 KDB산업은행 등을 상대로 제기한 3000억원대의 이행보증금 반환 소송에서 대법원이 산업은행의 손을 들어준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산은이 이행보증금을 모두 몰수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대법원의 판단에 따라 한화그룹은 이행보증금 일부를 돌려받을 길이 열렸다.
대법원 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14일 한화케미칼이 산업은행과 한국자산관리공사를 상대로 낸 이행보증금 반환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양해각서에서 이행보증금 몰취 조항을 두게 된 주된 목적이 최종 계약의 체결이라는 채무이행을 확보하려는 데 있었다고 하더라도 3150억원에 이르는 이행보증금 전액을 몰취하는 것은 부당하게 과다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재판부는 "한화는 대우조선의 재무상태 정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며 "협의 과정에서 산업은행 요구로 확인실사 의무를 빼는 등 거래구조가 변경된 바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화는 합리적 판단이 배제된 채로 의무를 부담한 것"이라며 "이행보증금 몰취약정을 두면서 이 전액을 귀속시키려는 것은 부당하게 과다하다"고 판시했다.
한화케미칼은 2008년 10월 대우조선해양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후 이행보증금 명목으로 총 인수금액의 5%인 3150억원을 산업은행에 지급했다. 하지만 직후 찾아온 글로벌 금융위기로 한화케미칼은 인수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산업은행에 잔금 분할 납부를 요구했다가 거절당했다. 또 대우조선 노조의 반대로 실사도 진행하지 못했다. 결국 한화케미칼은 이듬해 1월 대우조선 인수를 포기해 3000억원대의 이행 보증금을 날렸다.
이후 한화케미칼은 인수계약 해지에는 산업은행도 책임이 있다며 이행보증금을 돌려 달라고 법원에 조정을 신청했지만 무산하자 소송을 냈다. 1·2심에선 법원은 "우선협상자의 지위를 얻고서도 최종계약 체결 등에 최선을 다하지 않는 한화케미칼에 책임이 있다"며 모두 산업은행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이 이날 판결을 뒤집은 것은 최근 드러난 대우조선의 분식회계 논란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에만 5조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한 대우조선에 대해 감사원이 감사를 진행한 결과, 2013~2014년에 영업이익 기준으로 1조5342억원의 분식회계 정황을 포착했다. 이어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이 나서면서 대우조선의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수사는 10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등 대상과 시기가 확대하는 양상이다.
검찰은 2006~2012년 재임한 남상태 전 사장 시절에도 대학동창 등에게 일감을 몰아주고 이득을 취하는 등 경영 비리가 있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수사에서 혐의를 입증할 경우 2008년의 인수전에 대한 판단도 달라질 수 있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한화의 주장대로 실사를 제대로 진행했다면 분식회계 가능성을 확인해 한화의 잘못 없이 매각이 무산할 수도 있었다는 것이다. 결국,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내진 소송의 최종 판단은 검찰의 수사 결과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양측의 법적 공방은 당분간 계속 이어지게 됐다. 한화그룹 측은 다시 재판을 받게 되는 것에 대해 고무된 분위기다. 특히 최근 검찰 수사에서 대우조선이 5조원대의 분식회계를 저지른 정황이 포착되는 등 경영부실과 대주주인 산업은행의 관리 소홀이 드러나고 있어 향후 재판에서 한화그룹이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면서 "파기환송심 재판에 성실히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대우조선 관리 부실로 궁지에 몰린 산업은행은 당혹해 하는 분위기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판결문이 회사로 전달되는데 일주일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면서 "당황스럽긴 하지만 법원이 판단한 근거를 살펴보고, 법적 대응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지윤기자 galileo@dt.co.kr
<한화그룹-KDB산업은행, 대우조선해양 소송 일지>
▲2008. 3.26 산업은행, 대우조선해양 매각계획 발표
▲2008. 4.21 산업은행 매각주간사로 골드만삭스 선정
▲2008. 5.16 골드만삭스 매각 주간사 선정 취소
▲2008. 5.20 매각작업 산업은행 M&A 단독 수행 결정
▲2008. 8.21 산업은행 대우조선 매각 공고
▲2008. 8.27 포스코, 한화, 현대중공업, GS 예비입찰서 제출
▲2008.10.9 포스코-GS, 컨소시엄 구성 선언
▲2008.10.13 GS-포스코 컨소시엄 파기. 현대중공업, 한화 본입찰 참여
▲2008.10.14 포스코 단독입찰 참여 결정
▲2008.10.16 산업은행 포스코 입찰 자격 박탈, 현대중-한화 2파전
▲2008.10.24 산업은행, 대우조선 매각 우선협상자로 한화 선정
▲2009.1.21 산업은행, 매각 협상 결렬 선언
▲2011.2.10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1부, 한화케미칼(옛 한화석유화학)이 한국산업은행 및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
▲2012.6.16 서울고등법원 제14민사부, 한화케미칼이 제기한 이행보증금 반환청구 기각 판결
▲2016.7.14 대법원 2부는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냄
최근 분식회계 논란 등 영향
한화, 일부 돌려받을 가능성
[디지털타임스 양지윤 기자] 2008년 말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나섰다가 포기한 한화그룹이 매각주간사인 KDB산업은행 등을 상대로 제기한 3000억원대의 이행보증금 반환 소송에서 대법원이 산업은행의 손을 들어준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산은이 이행보증금을 모두 몰수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대법원의 판단에 따라 한화그룹은 이행보증금 일부를 돌려받을 길이 열렸다.
대법원 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14일 한화케미칼이 산업은행과 한국자산관리공사를 상대로 낸 이행보증금 반환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양해각서에서 이행보증금 몰취 조항을 두게 된 주된 목적이 최종 계약의 체결이라는 채무이행을 확보하려는 데 있었다고 하더라도 3150억원에 이르는 이행보증금 전액을 몰취하는 것은 부당하게 과다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재판부는 "한화는 대우조선의 재무상태 정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며 "협의 과정에서 산업은행 요구로 확인실사 의무를 빼는 등 거래구조가 변경된 바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화는 합리적 판단이 배제된 채로 의무를 부담한 것"이라며 "이행보증금 몰취약정을 두면서 이 전액을 귀속시키려는 것은 부당하게 과다하다"고 판시했다.
한화케미칼은 2008년 10월 대우조선해양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후 이행보증금 명목으로 총 인수금액의 5%인 3150억원을 산업은행에 지급했다. 하지만 직후 찾아온 글로벌 금융위기로 한화케미칼은 인수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산업은행에 잔금 분할 납부를 요구했다가 거절당했다. 또 대우조선 노조의 반대로 실사도 진행하지 못했다. 결국 한화케미칼은 이듬해 1월 대우조선 인수를 포기해 3000억원대의 이행 보증금을 날렸다.
이후 한화케미칼은 인수계약 해지에는 산업은행도 책임이 있다며 이행보증금을 돌려 달라고 법원에 조정을 신청했지만 무산하자 소송을 냈다. 1·2심에선 법원은 "우선협상자의 지위를 얻고서도 최종계약 체결 등에 최선을 다하지 않는 한화케미칼에 책임이 있다"며 모두 산업은행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이 이날 판결을 뒤집은 것은 최근 드러난 대우조선의 분식회계 논란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에만 5조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한 대우조선에 대해 감사원이 감사를 진행한 결과, 2013~2014년에 영업이익 기준으로 1조5342억원의 분식회계 정황을 포착했다. 이어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이 나서면서 대우조선의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수사는 10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등 대상과 시기가 확대하는 양상이다.
검찰은 2006~2012년 재임한 남상태 전 사장 시절에도 대학동창 등에게 일감을 몰아주고 이득을 취하는 등 경영 비리가 있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수사에서 혐의를 입증할 경우 2008년의 인수전에 대한 판단도 달라질 수 있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한화의 주장대로 실사를 제대로 진행했다면 분식회계 가능성을 확인해 한화의 잘못 없이 매각이 무산할 수도 있었다는 것이다. 결국,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내진 소송의 최종 판단은 검찰의 수사 결과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양측의 법적 공방은 당분간 계속 이어지게 됐다. 한화그룹 측은 다시 재판을 받게 되는 것에 대해 고무된 분위기다. 특히 최근 검찰 수사에서 대우조선이 5조원대의 분식회계를 저지른 정황이 포착되는 등 경영부실과 대주주인 산업은행의 관리 소홀이 드러나고 있어 향후 재판에서 한화그룹이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면서 "파기환송심 재판에 성실히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대우조선 관리 부실로 궁지에 몰린 산업은행은 당혹해 하는 분위기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판결문이 회사로 전달되는데 일주일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면서 "당황스럽긴 하지만 법원이 판단한 근거를 살펴보고, 법적 대응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지윤기자 galileo@dt.co.kr
<한화그룹-KDB산업은행, 대우조선해양 소송 일지>
▲2008. 3.26 산업은행, 대우조선해양 매각계획 발표
▲2008. 4.21 산업은행 매각주간사로 골드만삭스 선정
▲2008. 5.16 골드만삭스 매각 주간사 선정 취소
▲2008. 5.20 매각작업 산업은행 M&A 단독 수행 결정
▲2008. 8.21 산업은행 대우조선 매각 공고
▲2008. 8.27 포스코, 한화, 현대중공업, GS 예비입찰서 제출
▲2008.10.9 포스코-GS, 컨소시엄 구성 선언
▲2008.10.13 GS-포스코 컨소시엄 파기. 현대중공업, 한화 본입찰 참여
▲2008.10.14 포스코 단독입찰 참여 결정
▲2008.10.16 산업은행 포스코 입찰 자격 박탈, 현대중-한화 2파전
▲2008.10.24 산업은행, 대우조선 매각 우선협상자로 한화 선정
▲2009.1.21 산업은행, 매각 협상 결렬 선언
▲2011.2.10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1부, 한화케미칼(옛 한화석유화학)이 한국산업은행 및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
▲2012.6.16 서울고등법원 제14민사부, 한화케미칼이 제기한 이행보증금 반환청구 기각 판결
▲2016.7.14 대법원 2부는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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